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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끝낸 듯 후련합니다"

민중을 위로하는 주영국 시인 첫 시집
가족·역사 등 주제…20여년간 작품 모음

2019년 11월 12일(화) 18:10
<새점을 치는 저녁>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내일은 그도 저무는 공원에 나가/새점을 칠지 모른다/누군가 또 흘리고 간 노란 알약에서/새점을 치던 저녁을 떠올려볼지 모른다.’(‘새점을 치는 저녁’ 중)

주영국 시인(57)이 첫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열심히 살기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난에 찌들어 고통스러운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한다. 삶은 계란 하나, 밥 한 끼라도 먹기 위해 새로운 세상과 생존을 염원하는 민중들을 위로하는 시다.

주 시인은 지난해 4월까지 공군 기상대에서 근무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람과 하늘 등 자연의 대상을 보며 근무를 했으나, 정작 자신은 갇혀있는 상황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다는 그는 1부는 정치를 2·3부는 서정과 이웃을 4부는 가족을 주제로 시집을 구성했다.

“지난해 퇴직을 하면서 모아 논 시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썼던 시인데, 마치 숙제를 끝낸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듭니다.”

그는 시를 통해 자연과 역사 속의 결기 앞에서 단정하게 목숨의 강건함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인간과 시간이 만나 이루어지는 죽음과 같은 사건을 무한과 영원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게 한다.

또, 신안 어의도에서 태어난 시인답게 그의 시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는 불혹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젊은 아버지가 살아있으며, 아직도 청상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어깨를 겯고 나란히 걷는다.

순정한 서정시 속에 역사의 깊이와 무게 또한 실려 있어 서정의 산맥에 깊이 닿아 있으면서도 자신의 두 발이 딛고 있는 현실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까지 군부대에서 근무했던 그가 직장생활과 함께 글을 쓰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2004년 1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19회 오월문학상과 2010 ‘시와 사람’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로도 활동한 그는 광우병 관련 성명서에 이름이 들어가면서 일하던 조직에서 주의를 받아야만 했다.

“민주주의 시대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한 번 눈 밖에 나고 나니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쓰기도 어려웠어요. 이제 자유의 몸이 됐으니 지금이다 생각이 들어 책을 냈죠.”

계룡대와 백령도, 예천, 사천, 이라크 쿠웨이트 전 등에 파견돼 근무를 했던 그는 “군대에 있을 때는 지시에 따라 움직여 쉬웠는데, 이제 시를 본업으로 활동하다 보니 내 스스로 해야 일들이 생겨 그런 점이 조금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글쓰기가 유일한 탈출구였던 시인은 방송통신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며 글쓰기의 퇴로를 찾은 것 같다고 전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른사상. 130쪽. 9,000원.

/이보람 기자

주영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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