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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정치

이두헌 본사 주필

2019년 09월 22일(일) 19:22
1895년 단발령이 공표되자 목숨 걸고 투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머리카락 도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신체의 일부인데 어찌 함부로 자를 수 있냐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일부 양반들은 의병을 일으켜 항거하기도 했다.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유교정신에 따른 것이다. 당시엔 도를 닦는 승려를 제외하곤 머리 전체를 미는 삭발이란 더더욱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는 단발이 일반화됐다. 아니 일반화됐다기 보단 강제성 단발이 일반화됐다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머리를 깎게 하고, 항거하는 지식인들의 머리를 깎아 감옥에 가두는 강요된 단발(?)이 그것이다.



'힘 없는자'의 마지막 저항수단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에는 강요된 단발 보단 저항을 의미하는 자발적 삭발이 많았다. 정치적 약자나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단식과 삭발을 행하는 것이 그것이다. '힘없는 자'가 싸우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밖으론 결사항전의 결기를 드러내 보이는 행동이 삭발로 표현되곤 했다. 특히 이승만 독재정권이나 박정희 유신정권,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 힘없는 야당 정치인이나 재야 시민운동가들이 투쟁의 방법으로 주로 사용했던 게 '삭발'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국민은 사뭇 생경스런 삭발을 보고 있다. 무엇이든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을 갖은 제1야당 정치인들의 '릴레이 삭발'이 그것이다. 사상 최초로 당 대표가 삭발을 한데 이어 중진의원 등 원내외 당 관계자들의 삭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순서까지 정해 릴레이 삭발을 감행한다고 한다. 릴레이 '아이스버스킷'을 연상케 한다. 그럼 원내를 걷어차고 청와대 앞에서, 길거리에서 삭발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명분은 무엇일까? 이들이 내세우는 절박한 명분은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이다. "국민저항권 차원에서 조국을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는게 힘 있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내건 명분이다. 경쟁하 듯 이어지는 삭발 현장엔 어김없이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삭발자는 감정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이들의 삭발에 손뼉 치며 응원하는 지지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들은 그들의 삭발 의식을 보며 울분과 답답함을 느낀다. 왜냐 하면 지금 국가 상황이 너무나도 엄중하기 때문이다. 국회 거대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 국회를 버려둔 채 삭발 의식에 매달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도발에 따른 위기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러의 각축,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산적한 국내외 현안이 그것이다.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마련해도 부족할 판에 명분 없는 삭발 의식에 매달리는 제1야당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어떤지 한 번이라도 생각 해 봤는지 묻고 싶다. 물론 문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 강행에 야당으로써 할 말이 많은 것도 안다. 그러나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국회에 들어가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따지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정기국회는 물론 이어지는 국정감사 등 정상적인 의정활동 속에서 더욱 강력하게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도 있으며,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할 수 도 있다.



거대의석 정당 '삭발정치' 이해안가



그럼에도 불구 국회를 공전시키며 삭발투쟁에 나서는 것을 다수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장관 파면'을 위해 국회도 내팽개친 채 '삭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냐는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선택지가 많은 기득권 정당이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의 최후 저항 수단인 삭발을 이용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야냥도 새겨 들어야 할 일이다. 20대 국회 내내 이어진 파행 국회가 마지막까지 재현되고 있다. 국민을 외면한 정치권의 행태에 넌덜머리가 난다. 자유한국당은 삭발 퍼포먼스를 접고 당장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 정상적인 국회일정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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