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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조기철 사회부장

2019년 09월 03일(화) 18:30
'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등의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 단어들은 모두 지난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샀던 신조어 들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할 때 급여 수준만큼이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럼 과연 요즘 청소년들의 삶은 어떨까.

며칠 전 상황이다. 저녁 약속이 늦게 끝나 오후 11시쯤 귀가했는데 아파트 정문에서 고등학생 또래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승합차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다른 학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런 학생들은 도대체 언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걸까.



청소년 수면 절대 부족



필자 아들도 고등학교 1학년이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가 기본이다. 이후 학교 수행평가와 학원 숙제를 한다.

숙제를 하다 보면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고 새벽에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등교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침 7시에 일어나려면, 평균 수면 시간은 최대 7시간이고 5~6시간밖에 못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조사한 '2018년 아동종합실태'설문 결과에 따르면 9세부터 17세 아동 2,510명 가운데 38%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9~11세도 16.1%가 잠자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답했고, 12~17세 아동은 절반에 가까운 49.0%가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 특히 수면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학원·과외'라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야간자율학습'(18.7%)과 '가정학습'(12%)이 뒤를 이었다. 전체 76.4%(1,917명)의 아동이 학업과 과외 등으로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12~17세의 수면시간도 7.8시간으로 평균 8시간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창 성장 중인 청소년에게 턱없이 부족한 수면시간이다.

18세 미만 아동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가 명시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에게도 휴식과 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성공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삶의 휴식은 스트레스를 감소해주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휴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의 보장을 위해, 효율적인 삶과 일을 위해, 나아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휴식과 쉼이 필요하다



잠을 줄여야 할 정도로 청소년 대부분이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수준은 위태로운 지경이다. 실제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결과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학업 스트레스, 불면, 과도한 경쟁 등으로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상담해 줄 울타리가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정부의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학계, 기업, 시민을 아우르는 사회적 관심과 민관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끌어안으려는 진정 어린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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