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한 곳을 바라보는 게 가장 큰 무기예요”

‘고로케삼촌’ 정승오·황연 부부
호텔에서 만나 결혼·창업까지 함께
‘1913송정역시장’ 제1호 입점 가게
차별화 된 반죽으로 고로케 단점 보완

2019년 08월 08일(목) 16:55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1913년 지금의 송정역 맞은편에 ‘매일송정역전시장’이 생겼다. 2016년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1913송정역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온 36개 상점의 간판 글씨, 건물, 색상 중 하나를 남겨 옛 정취는 살리고 동시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1981년에 세워진 ‘연수상회’는 시장 리모델링 이후 ‘고로케삼촌’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그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고로케삼촌’의 정승오(37)·황연(37) 대표는 동갑내기 부부로 함께 일하던 호텔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각 7년, 13년 합이 20년 경력의 제빵 실력을 살려 ‘1913송정역시장’에 제일 처음 입점한 ‘1호 가게’다.

“저희 부부는 창업을 꿈꾸고 있었는데 높은 임대료에 쉽게 도전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시장에서 청년상인을 모집하는 기회가 생겨서 지금의 가게를 열게 됐죠.”

시장에 어울리되 전문성을 지닌 메뉴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두 부부는 고로케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가게 이름 역시 시장에 어울리면서도 친근한 ‘삼촌’을 붙여 짓게 됐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보고자 했어요. 둘 다 제빵사였기 때문에 그 능력을 통해 흔하지 않은 메뉴를 고민하게 됐죠. 옛날에 엄마 손을 잡고 팥이 든 고로케와 꽈배기를 먹었던 추억을 떠올려 고로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추억의 맛을 재현하지만 거기에 새로운 맛을 더해 저희만의 고로케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살크림새우고로케, 매콤매콤돈고추고로케, 옛날잡채고로케, 피자야채고로케, 양파크림치즈고로케 등의 개성 강한 9개 메뉴는 각자의 입맛에 맞춰 골라 먹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베스트 1위를 달성한 ‘게살크림새우고로케’는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통 새우가 일품으로 훌륭한 간식과 함께 좋은 안주가 되기도 한다. 또, ‘옛날잡채고로케’는 1980년대 학교를 다니며 먹었던 추억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으며, 피자와 크림치즈가 들어간 고로케는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2016년 10월에는 인절미꽈배기와 돈고추고로케로 제1회 ‘맛깔나는전통시장푸드쇼’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고로케를 인정해줄까 싶었다”는 두 부부는 기름지고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고로케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로케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밀가루를 끓인 물에 익혀서 72시간 숙성시킨 다음 다시 밀가루로 2차 반죽을 해서 만들어요. 저희가 ‘탕종 고로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탕종법은 식빵이나 떡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 고로케 만들 때도 잘 시도하지 않거든요. 경단을 쌀가루에 묻혀서 끓인 다음 건져내 먹듯이요. 그렇게 하다 보니 탄성이 좋아 쫄깃하고 기름도 많이 먹지 않으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게 됐어요.”

두 부부 역시 고로케로 명성을 떨치는 지금과 달리, 힘든 시기도 겪었다. 운동을 좋아했던 정 대표는 어린 시절 태권도와 야구를 했으나 집안 형편으로 그만두게 됐다. 이후 4년 동안 직업 군인으로 근무하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빵의 길로 들어섰다. 직업 훈련소를 통해 제빵을 배운 정 대표는 서울 유명 호텔에서 아내 황 대표를 만났다.

그러나 다른 사람 밑에서 기술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술을 잘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사람들과의 갈등이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만들어 나눠주는 걸 좋아했던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고로케삼촌’ 창업까지 함께 했다.

“육아와 함께 병행해야 하고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사실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 힘든 점을 알아주고 한 곳을 바라보며 갈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저희의 가장 큰 무기인 것 같아요.”

두 부부는 의기투합해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한창 유행 중인 흑당을 비롯해 콘치즈와 짬뽕 고로케 등을 연구 중이다.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아서 출시는 안 됐다”며 “빵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 중에서 적합한 메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황 대표의 쌍둥이 언니와 2호점을 오픈한 두 부부의 목표는 뚜렷했다.

“저희는 3살, 5살의 어린 아이가 성장해서 자기의 아이를 데리고 ‘고로케삼촌’을 방문할 때까지 장수하고 싶어요. 그렇게 시장에서 쭉 살면서 상가 하나를 짓는 게 목표예요. 작은 가게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고 기술을 나눠 인재 육성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