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창간 30주년 역사속엔 선배들의 피땀 어린 전통과 철학들이 녹아 들어 있다. 그 전통과 철학 속엔 경제적 문제 등 여러 힘든 상황속에서 회사를 지켜내고, 지역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본령들이 담겨 있다. 전남매일에 족적을 남긴 전직 선배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이고, 왜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래성(58) 곡성일보 발행인 겸 편집국장은 후배들에게 지역언론에 대한 철학과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역언론사 환경으로 후배들이 위축되고, 기자라는 본질적인 직업의식을 잃어 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언급한 말로 해석된다. 김 국장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입사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20여년 동안 전남매일과 인연을 맺었다. 입사 당시, 광주 북구 중흥동(구 계림동 광주시청) 사옥을 시작으로 금동·쌍촌동·월산동 등 5~6차례의 사옥 이전의 역사도 함께했다. 김 국장의 입사 초기 편집국은 정치부·경제부·사회부·문화체육부 등 각 부서에 7~8명씩 배치되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교열부와 제작부서까지 별도의 인원이 꾸려져 50~60명의 인원이 신문 작업에 몰두했다. 당시, 전남매일 편집국 인원은 광주일보·전남일보·무등일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1990년대 초반 제작환경은 PC로 기사 등을 입력 및 출력해 해당 지면을 8절지 신문 사이즈로 맞춘 후, 수작업으로 제목 및 기사를 편집하고 윤전실로 송고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김 국장은 “당시, 신문제작은 철저히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편집국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받쳐 신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전남매일이 가장 힘든 시기로 1997년 IMF 시절을 꼽았다. 이 시절 회사사정이 급속히 악화돼 대폭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편집국의 많은 구성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났다. 비단, 전남매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신문업계와 출판사·인쇄업 등 소비재 성격이 강한 업계의 타격이 극심했다.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지역신문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인원이 강제 조정되고, 이직자들이 속출 하면서 지역언론인들의 혼란이 가장 컸던 시기다. 지역신문 후발주자였던 전남매일도 경영이 힘들어져 능력과 자질을 갖춘 상당수 선배 언론인들이 이 시기 회사를 등지게 됐다.

김 국장은 “여러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IMF 이후 2~3년 동안은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주변 선·후배들이 상당수 떠나 아쉬웠다”며 “어려웠던 시절 회사가 좀더 버텨주고, 구성원들을 배려 했다면 여러 선후배들이 남아 양질의 지역언론으로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20여년 재직 기간 동안 편집국의 여러 부서를 두루 경험하며 여러 기사를 쏟아냈다. 경제부 시절, 지역 유망 중소기업 탐방 시리즈를 기획해 주 1회씩 3년 간 연재했다. 지역중소기업들의 활로를 터주고, 향후 비전 등을 제시해 상공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김 국장은 고향인 곡성에서 지난 2016년 9월 창간한 곡성일보를 3년째 발행하고 있다.

김 국장은 “고향에 내려와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신념으로 지역지를 발행하고 있다”며 “전남매일에 있었던 시간과 추억들이 자양분이 되면서 지역지 제작에 도움이 되고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족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고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