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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섬 제주를 걷다

수려한 절경·석양의 애월 해안 산책로
집밥·쇠소깍 아씨와 머슴 전설 하효마을

2019년 05월 30일(목) 19:00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쇠소깍을 관람하고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찌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할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남쪽 섬 제주도는 특히 사랑받는 국내 여행지로 1년 내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탁 트인 바다와 맑은 하늘, 제주도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월의 제주도는 유난히도 날이 좋았다. 제주도민들마저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날씨라며 극찬을 이어갔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제주도를 제대로 즐기고자 하루 2만 보씩 걸으며 1박 2일의 짧고도 알찬 일정을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제주도 명물 중 하나인 전복 뚝배기를 한 그릇 든든히 챙겨 먹고 애월 해안 산책로로 향했다.

이곳은 애월읍 애월리 ‘한담마을’에서 ‘곽지 해수욕장’ 사이 1,200m 구간의 해안선을 따라 개설한 산책로다. 수려한 해안 절경과 아름다운 석양으로 이름난 명소다. 그래서인지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큰 경사 없이 만들어진 산책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그에 못지않게 푸른빛을 띠는 바다가 있어 천천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거기에 화산폭발로 인해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까맣게 굳은 현무암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사뿐사뿐 걷다 보면 산책로 끝에는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한 손에는 커피, 눈앞에는 필리핀을 연상케 하는 열대 나무로 인해 외국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길, 바다 너머로 지는 해는 소문난 명소답게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제주도의 둘째 날은 하효마을에서 보냈다. 하효마을은 귤 농사의 최적지로 주민 3,700명이 거주 중이다. 온도가 따뜻해 햇빛이 속까지 투과된 귤은 그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아 맛이 좋다. 운이 따른다면 이곳에서는 1주일만 피는 귤꽃도 볼 수 있으며, 여름에 먹는 ‘하귤’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하효마을에서는 여행 중 먹기 힘든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쌈 채소와 돼지고기, 각종 나물과 된장국으로 배를 채운 뒤 본격적으로 마을 투어에 나섰다.

제주도는 1만8,000명의 신이 존재하고 있어 ‘신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소 형상을 한 하효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한 물웅덩이 ‘쇠소깍’에는 마을 주민들이 1년에 두 번 제사를 지내는 해신당이 있다. 음력 6월 7일 저녁부터 음식을 준비해 순번을 기다렸다가 6월 8일 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바로 옆에는 ‘본향당’이 있는데,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설이 있다. 부잣집 무남독녀 아씨와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머슴이 사랑에 빠지자 아씨는 멀리 시집을 가게 된다. 아씨를 잊지 못한 머슴은 쇠소깍에 빠져 죽게 되고, 그 사실을 안 아씨가 그곳에서 100일간의 기도 끝에 떠오른 머슴의 시신을 부여안고 울다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곶자왈이 많고 바다와 인접해있어 홍수가 잘 나지 않는 제주도 특성상 머슴의 시신이 벼락을 동반한 비와 함께 떠오른 점이 기도의 힘이 아닐까 싶다.

본향당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는 구명조끼를 입은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쇠소깍을 즐겼다. 길 건너로 이동해 35년 된 다육이와 돌담이 예쁜 집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제주도 힐링 여행을 마무리했다.

사진 찍고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기 위해 정신없었던 그간의 여행과는 달리 두 다리로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의 ‘맛’은 ‘여유’였다. 두 눈과 귀를 열고 다녔던 여행이어서 그런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하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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