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광주브랜드 폴리<6>외국의 사례-일본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상)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2019년 04월 25일(목) 18:26
시라카와 공중화장실
구마모토역 서쪽 출입구.
구마모토역 동쪽 출입구와 노면전차를 타는 시민들.
구마모토역 동쪽 출입구와 노면전차를 타는 시민들.
구마모토 키타경찰서 외관.


[ 전남매일=일본 구마모토 ] 이연수 기자 = “남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

1983년 일본 구마모토현 지사가 된 호소카와 모리히로(1983년~1991년 재임/1993년 총리 선출)가 남긴 말이다. 그는 지사가 된 후 문화진흥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공익신탁 구마모토21’이라는 문화기금을 조성했다. 1988년부터 시작한 아트폴리스 사업(KAP, Kumamoto Art Polis)은 그 정점으로 이때부터 구마모토만의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한때 미나마타병이라는 환경 재앙이 덮쳤던 구마모토의 이미지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의 모범으로 우뚝 서며 불명예를 극복하고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도시로 재기했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사업은 이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일본 건축학회 작품상, 문화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후세에 남을 뛰어난 건축물을 만들어 질 높은 생활 환경을 창조하고, 지역 문화 향상에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폴리의 방향성과 지속성, 환경과 조화, 새로운 미감 등을 고민하고자 일본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를 방문했다. 아트폴리스의 일부 건축물을 돌아보고 전체를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몇 사례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광주의 폴리와 도시재생에 대해서도 생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작은 것에서 받은 큰 감동

후쿠오카를 거쳐 신칸센으로 40분여 달려 구마모토역에 도착하니 마주보는 동-서 출입구 역전 광장에서 스케일이 다른 탁 트인 구조물의 폴리가 맨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준공된 아트폴리스다.

역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사람과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구조물 아래로 노면전차가 정차하면 외지인들은 이곳의 풍경을 뇌리에 선명히 각인시킨다. 마치 노면전차 자체가 움직이는 폴리같은 느낌이다. 전차 내부에 다양한 언어로 비치된 친절한 노선 안내 브로셔는 이방인에 대한 배려를 잘 보여준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에는 화장실이나 파출소 같은 작은 건물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인적조차 드문 공원의 작은 화장실도 놀라울만큼 유지관리가 잘 돼 있는 것을 보고 방문객들은 감동한다.

구마모토역에서 5분 거리 이내에 시라카와 강이 흐르는 시라카와 다리가 있다. 다리 왼쪽 강변에 기울어진 나무 형상의 공중화장실 세 칸이 서 있는데 전혀 화장실 같지 않은 의외의 이 화장실은 사람들이 즐겁고 긴장을 풀게 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흰색 외관과 연두빛 내부가 흥미와 상상을 자극한다.

다시 역 앞으로 돌아가 미나미 경찰서 구마모토역 파출소를 찾았다. 커브형 디자인에 온화한 파스텔톤 색채인 이 작은 건물은 튀지 않으면서 돋보인다.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던 3명의 경찰관들은 무척 친절했다. 그들은 인터넷, 지도, 전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구마모토 내 각각의 아트폴리스 위치를 적극 설명해줬다.

구마모토가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정감 넘치는 아트폴리스와 함께 친절이 몸에 배인 그들의 기본자세 때문인 듯도 하다.

이곳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찾아간 곳은 키타경찰서. 1990년 아트폴리스 1호로 준공된 역삼각형 구조 건물이다. 아래는 좁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구조. 건축물 하나에도 철학을 담았다. 건물 외관에 모두 하프밀러가 사용됐으며 야간에는 건물 전체가 유리로 빛을 뿜어 종래의 경찰서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았다. 만든지 30년이 된 현재에도 전혀 뒤지지 않은 세련된 외관이다. 경찰서 내부로 들어가면 벽면에 마스코트처럼 건물모양 그대로의 미니어처가 곳곳에 붙어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도시와 예술-대중의 접점

철저하게 도시와 어울리면서 자연스러운 것. 자연과 건축물이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는 커진다. 도시미관은 무엇이고,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 이것은 도시 사람들에게 과연 유익한가 생각해 본다.

후세에 남길 수 있는 뛰어난 건축물을 만들어 지역문화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아트폴리스는 시작됐다. 1988년 이후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전 세계의 도시행정가와 여행자들은 여전히 아트폴리스를 찾고 있다.

구마모토시는 녹지가 풍부한 곳이다. 일본은 역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조형물이 발전했고, 우리는 관공서 주변으로 발전했다는 환경적 차이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처음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를 발표한 호소카와 지사의 정책이 도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행정 수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장실, 파출소 등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건축문화가 바뀌고 주민들의 삶이 달라졌다.

현청 아트폴리스 사무국에서 만난 담당자는 “자연과 사람의 융화란 테마로 자연의 풍부함과 사람간 따뜻한 연결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역에 기반한 건축물을 만들어 간다”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설치돼 몸에 스며들고,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폴리다. 실용성보다는 재미와 새로운 미감에 방점이 찍힌다. 흥미롭지 않은 폴리는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어렵지만 철저하게 대중적이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는 많은 예산을 들인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 도시와 어울리는 건축, 수장이 바뀌어도 이어오는 지속적인 정책, 지역 주민과 융합한 새로운 바람, 새로운 생활문화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구마모토에서 얻은 교훈이다.

/일본 구마모토= 이연수 기자
키타경찰서 내부 벽면에 걸린 경찰서 외관모양 미니어처.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