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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브랜드 폴리<2> 폴리마실-1차 폴리

도시공간 속에 녹아든 폴리, 시민 삶 바꿔
장동~궁동~금남로~충장로
동구 옛 읍성터 잇는 11곳
광주폴리 출발은 도시재생
디자인비엔날레 일환 출발

2019년 02월 24일(일) 15:56
광주사람들
[ 전남매일=광주 ] 이연수 기자 = 콜롬비아 서북부의 도시 메데인은 마약과 폭력의 도시였다. 높은 산비탈에 형성된 빈민가는 지저분하고 총성이 끊이지 않는 죽음의 도시로 악명을 날렸다. 이 도시를 바꾼 건 케이블카다. 지난 2004년 산비탈의 주민과 도심을 연결시킨 케이블카가 설치된 후 메데인은 변화해가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들어서고 도서관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며 관광객도 찾기 시작하는 긍정적인 도시로 바뀌게 된 것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도시공간의 작은 변화는 시민 삶을 바꿨다.

99칸
◇광주에 가면 폴리(Folly)가 있다

광주폴리의 태동도 도시재생의 첫 출발점이라는데서 이와 비슷하다. 흔히 폴리를 관광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광주폴리의 출발은 공동화(空洞化)하고 노후화 된 구도심 일대 정화와 이에 따른 주변 주민들의 정서적 안정감 등 복합적인 기능이었다. 관광객이 오고 안오고가 아니라 주민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주변을 조금씩 바꿔가는 의미인 것이다.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일환으로 추진된 1차 폴리는 ‘옛 광주읍성터 복원’이라는 주제로 구도심 일원인 동구 장동과 궁동, 금남로, 충장로 일대 지점을 잇는 11곳에 설치됐다. 일제치하에서 말살됐던 구 읍성터를 재생해 역사복원과 장소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늘상 오가는 도심, 인도에 설치된 작품이 많은 1차 폴리 마실은 여행자의 시각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11곳의 1차 폴리는 2.5km 이내를 연결하는 비교적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햇살 따뜻한 날 1차 폴리 지점들을 걷다 보니 일상 속에 어우러진 폴리 풍경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저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이 주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흥미를 자극했고, 낮과 밤의 표정 또한 달라 볼거리를 줬다. 폴리의 기능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면서도 시민들의 이용에 따라 갤러리도 되고, 사랑방도 되고, 쉼터도 되는, 끊임없이 의미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생과 생동의 느낌을 안겼다.

서원문 제등
◇1차 폴리에 녹여낸 광주정신

세계의 톱 건축가들이 광주의 정서와 정신 등을 녹인 작품을 광주에 남겼다는 건 흥미롭다. 시민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장동 로터리 교통섬에 설치된 스페인 건축가 후안 헤레로스의 ‘소통의 오두막’에서 마실을 출발한다. 소쇄원과 한옥의 굴뚝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자연과 공존, 그리고 열린 공간에 중점을 둬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조형물이 의외의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조형물 아래 설치된 벤치들은 소통의 오두막이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소통의 오두막은 문화전당 주변 상권 활성화와 아울러 동구 장동 일대를 ‘핫플레이스’로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인근 학원거리 인도에 설치된 ‘서원문 제등’(플로리안 베이겔 작)은 광주읍성의 동문이었던 서원문의 장소가 갖는 역사성과 제봉로 주변 상황을 연결한 작품이다. 밤에는 등에 불이 켜지며 낮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인시장 사거리 횡단보도 앞 모퉁이는 ‘광주사람들’(나데르 테라니 작)이라는 이름의 강철봉 작품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는 강철봉은 살아 움직이는 나뭇가지, 즉 광주와 광주사람들을 설명한다.

유동성 조절
금남로 공원 앞 사거리로 향한다. 모서리에 설치된 ‘유동성 조절’(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작)이란 이름의 폴리는 광주의 역사와 기억이 요동치는 현장성과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본래 이름은 ‘하하’였다고 한다. 에어컨 냉각탑, 전기 배전함, 소방호스 등이 노출돼 있는 시각물과 5.18의 기억을 안은채 음습함이 보여지는 듯한 이 장소를 시각적으로 차단하고, 입술을 형상화한 펜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선사해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다.

인근 충장로파출소 앞 ‘99칸’(피터 아이젠만 작)은 한옥의 칸 수로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했던 조선조의 진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옥의 공간에서 드러나는 사회 위계질서를 하나의 건축적 요소로 활용해 충장로 입구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조성룡의 ‘기억의 현재화’는 인도와 차도가 병행 사용돼 무질서했던 옛 황금동 사거리 중앙에 콘크리트 언덕을 설치했다. 이 폴리를 통해 시민들로 하여금 묻혀있던 추억을 회상하고 황금로의 잊혀진 역사를 기억하며, 거기에 또다른 현재의 광주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 돋움 장치는 이곳을 지나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속도를 늦춰 한번쯤 광주읍성의 역사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열린 장벽
광주세무소 앞 ‘열린 장벽’은 1차 폴리의 유일한 전국현상공모 당선작이다. 정세진, 김세훈 작가는 광주세무소 앞 거리에 도시의 삶을 담아내는 동시에 광주읍성의 기억을 간직한 ‘열린 장벽’을 제안했다. 길 위의 수많은 조각들과 4.5m 위에 떠있는 사물들은 과거 읍성의 일부였지만 현재는 어딘가에 묻혀있거나 아직도 존재하고 있을 읍성의 재료인 돌을 암시한다. 광주읍성은 닫힌 장벽에서 벗어나 삶이 투영된 현재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열린 장벽으로 복원됐다.

동명동 농장다리에 설치된 ‘푸른길 문화샘터’(승효상 작)는 주민들의 작은 집회장이나 거리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장다리와 푸른길을 연결하는 계단은 객석과 쉼터가 되고, 그 공간은 푸른길에서 발생할 수많은 활동을 위한 문화적 하부구조로써 기능한다.

푸른길 문화샘터
구시청 사거리의 ‘열린 공간’(도미니크 페로 작)은 포장마차 구조를 활용한 시설물이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옆 ‘광주사랑방’(프란시스코 산인 작)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전망대, 다양한 공연과 문화이벤트가 이뤄지는 공공공간으로써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대성학원 앞 ‘잠망경과 정자’(요시하루 츠카모토 작)는 지상 25m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시야를 선물하며 시민과 학생들에게 활력소를 제공한다.

1차 폴리가 설치된 지도 어언 8년.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1차 폴리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니 ‘광주에 가면 폴리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1차 폴리가 구 광주도심으로 한정됐다면 2차 폴리는 더욱 확장된다. 다음 호에는 2차 폴리 마실을 떠나본다.



/이연수 기자
사진 제공= 광주비엔날레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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