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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세계여행= 필리핀 보라카이(상)

에머랄드빛 바다와 은빛 모래 걷다보면 스트레스 싹~

2019년 02월 21일(목) 16:55
보라카이 화이트비치.
호핑투어
공항서 버스로 1시간30분 이동

선착장서 배로 또다시 출발

바닥이 보이는 바다속 풍경 감탄

수영장이 달린 아늑한 리조트

스쿠버다이빙 후 망고쥬스 한 잔



광주, 전남, 전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동남아를 좀 더 쉽게 갈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공항이라는 명칭이 아쉽게도 많은 비행기가 오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무안 출발 전세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무안 출발 전세기, 드론 동영상 촬영합시다.”

그 말에 바로 꽂힌 나는 “그래 바로 진행합시다!”라고 냉큼 받아들였다. 몇몇 직원들이 당황해 만류가 있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무안공항 전세기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으니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갔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는 무안국제공항의 동남아 전세기 상품에 집중해보자며 보라카이로 출발하게 됐다. 보라카이는 매력적이고 낭만이 가득하다. 그것을 못 본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인생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가 좌우명인 나로서는 그런 우를 범할 리 없다.

기획팀에서 여행 기획을 하고 영업팀에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외부 영상팀도 같이 가기로 했다. SNS 홍보를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같이 떠날 고객들은 빨리 모였다.

무안국제공항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절차가 굉장히 빠르다. 나는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의 고객들과 함께 기분 좋은 얼굴로 비행기에 올랐다.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하늘로 오르자 설렘도 더욱 커져만 갔다. 도착했을 땐 밤 11시경이었다. 긴 비행이었지만 고객들은 여행에 가득 찬 기대와 즐거움으로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필리핀은 동남아 열대기후라 습기가 많고 밤인데도 더운 느낌이 확 풍겨왔다.

타국에 왔을 때 느껴지는 낯선 냄새와 피부로 전해지는 습기는 우리가 필리핀에 도착했음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 입구 한쪽에서 간단한 미팅을 했다. 당일 일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혹여나 문제가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불러달라는 말까지, 덥지만 차근차근 설명했다. 시간은 밤 11시였는데 공항 안은 낮 11시 같은 풍경이었다. 그만큼 밤에 도착한 비행기가 많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을 볼 수 있다.

공항 검색대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면 바로 데이터 유심칩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곧바로 구매해 고객들에게 배포했다. 공항을 나오니 미리 섭외한 대형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현지 가이드와 짐을 옮겨주는 필리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즉시 필리핀 생수를 구입해 고객들에게 나눠 주고 깔리보공항에서 1시간 30분 정도 버스로 이동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보라카이로 가는 선착장.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서 조용했다. 우리는 곧장 보라카이 섬으로 출발했다. 밤인데도 바닷물이 맑아서 바닥까지 보였다. 역시 필리핀이다. 멀리서 보이는 선착장 야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필리핀에서 보라카이로 올 때는 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오기도 하는데, 우리 일행은 늦은 시간이라 보트를 탔기에 야경을 느긋하게 감상하지는 못했다.

선착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경찰과 경호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찰보다는 경호원들이 더 많이 보이는데, 각 가정이나 직장 등 공공시설에서도 사설 경호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을 나오니 일행을 숙소까지 데려다줄 보라카이 이동수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라카이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이동하는 수단인 트라이시클을 많이 이용한다. 보라카이 내에는 버스, 택시가 없다. 보라카이 섬이 그렇게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큰 길이라고 해봤자 우리나라의 넓은 골목길 정도이기 때문이다.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트라이시클은 이곳에서는 그나마 고급 이동수단 중 하나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4명 정도 타고 이동을 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정해진 금액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은 60페소부터이고 보라카이 안에서는 100페소 안에서 흥정할 수 있다. 다만 세계 어디든지 바가지를 씌우는 기사들은 늘 존재하니 사전에 가격을 인지하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도 보라카이의 낭만은 에어컨이 없고 편안한 좌석도 아니지만 구석구석을 바람과 함께 달리는 트라이시클에서부터 시작된다.

선착장에서 벙커를 타고 15분쯤 달렸을까. 이윽고 사전에 예약한 보라카이 라카멜라 신관 프리미엄 리조트가 나타났다. 이곳은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리조트다. 수영장도 있고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데다 이동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다.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곳보다 이런 곳이 훨씬 안정감을 준다. 리조트 옆에서는 라이브 음악 소리가 울려왔다. 보라카이 전통 건축방식으로 지은 집인데 라이브 술집 같은 곳이었다. 선곡은 귀에 익숙한 팝송이었다.

보라카이, 필리핀은 영어와 필리핀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미국 문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팝송을 듣고 있으려니 고객들과 일행은 맥주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보라카이의 산미구엘 맥주는 꽤 유명하지만 지금은 고객들의 방을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리조트의 와이파이는 무료지만, 보라카이에선 와이파이가 한국처럼 빠르지 않으니 데이터 로밍을 해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여행객들이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방 번호와 이름, 인원수 체크, 식권, 여권 관리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체크인을 마쳤다. 여행지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체크인이 끝나고 회원들에게 키를 나눠준 후 여권을 모두 회수해 보관했다. 그리고 주변 정보를 안내했다. 보라카이의 치안은 다른 외국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밤늦도록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공지했다.

이어 저녁을 못 먹고 온 일정이라 급히 현지에서 막 구입한 치킨이랑 맥주를 제공했다. 맥주는 당연히 앞서 말한 산미구엘이다. 필리핀에 와서 산미구엘을 안 마신다는 것은 한국에 와서 소주를 마시지 않고 가는 것과 똑같다. 현지 치킨은 약간 맛이 짜다. 아무래도 이곳이 열대기후 지역이다 보니, 음식 간이 좀 세게 나온다. 더운 지역에 맞춰진 음식이다 보니 소금이 좀 들어가 줘야 부족한 나트륨 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리조트의 방 내부는 깔끔했다. 침대도 널찍하고 샤워실도 깨끗했다. 물은 복도 가운데에 정수기가 있어 원할 때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필리핀은 음식점을 가거나, 식당, 술집에서 물을 달라고 하면 대부분 수돗물을 준다. 흔히 물갈이한다고들 하는데, 여행지에서는 생각보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개인 돈을 들여서라도 고객들에게 수시로 생수를 구입해 제공한다. 아픈 것보단 돈 나가는 게 낫기 때문이다.

아울러 필리핀은 콘센트가 한국과 같은 220V다. 하지만 110V를 사용하는 곳이 간혹 있기에 여행 준비 시, 멀티 어댑터는 꼭 챙겨야 한다. 물론 우리 여행사에선 멀티 어댑터를 고객들 전원에게 제공한다. 이 정도 센스는 기본이다. 내일 일정을 점검하며 욕조에 라벤더 오일과 장미 오일 10방울씩 뿌려 반신욕을 즐기고 나니 비로소 하루 일과를 마친 듯하다.

다음날,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일행과 같이 나왔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날이라 트라이시클을 타고 가다 그 인근에 내려서 조금 걸었다. 보라카이 골목길을 걷다 보니 얼마 가지 않아 드넓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 바다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야자나무, 청명한 바다와 배들이 한가로이 떠 있는 풍광은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지우는 듯했다. 고객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위해 모여들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조금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제법 멀리 나갔는데도 바다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투명했다. 이 맑은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이라니, 나도 함께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고객들을 지켜보면서도 나의 생각은 점심 메뉴에 가 있었다.

단체 여행을 와서 가장 많은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이다. 저가 여행은 음식의 질이 확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까지 와서 이런 것을 먹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 역시 해외에 와서 저가의 식사를 하게 되면 화가 날 것이다. 정확히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정성이 문제다. 한국에 외국인을 데리고 와서 시장통 안에 있는 설렁탕집에서 식사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설렁탕을 먹더라도 깨끗하고 친절한 곳에서 먹어야 한다. 물론 나는 설렁탕집으로 고객들을 데리고 가지는 않지만 말이다.

스쿠버다이빙을 끝낸 우리는 보라카이 할로위치란 망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여기는 현지에서 알려진 맛집이다. 망고 아이스크림부터 망고 주스 등 망고와 관련된 음식들이 인기가 많다.

이곳으로 오자 몇몇 고객들은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사전에 알아본 집인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식사시간에 탄성을 지른 한 고객이 “난 자유시간에 여기 오려고 알아놨는데, 점심을 먹을 줄은 몰랐네요. 센스 아주 좋으시네요”라고 칭찬했다.

“뭘요. 맛있는 걸 제가 좋아해서 그래요.”

나는 미소로 답했다. 사실이다. 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떠나는 곳의 맛있는 집은 웬만해선 다 머릿속에 넣어 놓는다. 이 집은 망고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집이다. 망고 슬러시부터 다양한 망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고객은 그중에서도 제일 비싸고 가장 큰 패밀리사이즈의 망고 빙수랑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오기 전부터 꼭 먹고 싶었던 조합이었다.

독특한 할로위치 샌드위치가 먼저 나왔다. 빵 같기도 하고 크로켓 같기도 한 이 샌드위치는 속이 고기랑 야채들로 꽉 채워져 있어 생각보다 씹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주문했던 패밀리사이즈의 망고 빙수! 마치 세숫대야에 담아 내오는 것 같은 양이었다. 망고 외에도 수박, 파인애플이 가득했다. 남자 4명이 먹더라도 개인당 작은 그릇으로 7~8개는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기에, 고객들은 정신없이 먹었다.

그런데 한 가지 비밀은, 이곳이 진짜 점심식사를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은 간식 타임일 뿐, 점심은 골목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건물에 위치한 식당에서 할 예정이다.<계속>

/강영옥(여행전문가, 알지오투어 대표)
www.rg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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