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5·18망언을 규탄하는 범시민궐기대회가 지난 16일 오후 열린 가운데 1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금남로를 가득 메웠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5·18유공자를 ‘괴물’로 표현한 공청회를 개최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극우 논객 지만원씨의 ‘5·18민주화운동 망언’에 광주 민심이 들불처럼 불타 올랐다.

16일 오후 3시 30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범시민궐기대회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시각임에도 많은 시민들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에 앉았다.

대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시작으로 개막을 알리자 참가자들은 노래를 끝내고 한목소리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즉각 제명 ▲광주 방문 후 공식 사죄 ▲5·18 왜곡·폄훼 처벌 특별법 제정 ▲5·18 진상조사위 출범 협조 등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는 자유한국당이 징계위원회에서 이종명 의원만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 징계유예 처분을 내린 결과가 나온 뒤 열린터라 한국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유독 높았다.

학생·장애·청년·여성·노동·종교계 대표들은 “당시 5·18민주화운동 때 광주 시민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지켜졌다”며 “항쟁의 위대한 역사를 왜곡하는 모든 행위와 세력들을 반드시 단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5·18 부상자회 김후식 회장은 “5·18을 부정하는 자유한국당과 지만원은 나라의 모든 법률과 제도를 부정하는 반민주세력이자 반국가 집단이다”며 “5·18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의 그릇된 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을 향해 자행됐던 총칼의 학살이 망언의 학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광주시민과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5·18 유족과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광주시당 위원장, 민중당 윤민호 광주시당 위원장,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5·18 역사왜곡이 더이상 자행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금남공원까지 오가는 행진을 끝으로 ‘역사 왜곡 근절 결의’를 모았다.

김 모씨(31)는 “광주시민으로서 5·18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의미에서 아들 두명과 함께 금남로를 찾게 됐다”며 “이미 국가적 행사로 치러지고 있으며, 지난 30여년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은 의혹이 씻겨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반드시 이 3명의 의원을 처벌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거짓뉴스를 뿌리고 다니는 지만원씨도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궐기대회에 앞서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250여명이 같은 날 오후 1시 동구 금남로 4가에서 ‘5·18유공자 명단공개’를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명단 까” 연호와 함께 ‘빨갱이’, ‘또라이’ 등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금남로 4가역을 출발해 전일빌딩·충장로 1가 입구를 거쳐 웨딩의 거리까지 2㎞를 행진했다. 지나가는 버스운전사와 집회를 구경하던 시민과 언쟁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