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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글짓기 고등부 특별상

순덕나무

2018년 12월 13일(목) 17:25
목포정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7반 강미지
순덕나무


쓸쓸해 보이는 공터에는 사람이 없다.

우리 동네는 내 또래들이 살지 않아서 야자가 끝나면 난 외로이 혼자 집으로 걸어 가야한다.

그 길은 유난히 조용하고 어둡고 고래의 울음을 삼킨 듯 울적하다.

-



우리 집은 부둣가에 위치한다.

바다냄새, 생선냄새, 갈매기울음소리 그리고 어부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의 상쾌한 아침을 깨운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기 때문에 우리 집도 서울의 어느 집처럼 맑은 하늘, 맑은 구름이 그리고 저 따스한 태양이 우리의 아침을 반기며 나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우리 집은 조금 특별하다.



바로.



꼬 – 끼 – 오 -



그렇다.

서울 어느 집과 같은 아침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우리 옆집에서는 토종닭을 키운다. 얼마 전 이사 온 옆집의 저 오동통하게 살찐 닭이 항상 내 상쾌한 아침을 방해하곤 했다.

“으... 닭 똥냄새. 시골인줄 알겠네. 저 닭으로 치킨을 만들어 먹으면 5만원은 받겠다.”

오늘의 아침 역시 나의 불만은 옆집을 향해 쏘아 붙인다.

나는 사실 저 꼬끼오 보다는 옆집아이가 더 싫었다.

주말이 되면 그 아이는 가끔 우리 집에 달걀을 주면서 “직접 낳은 거예요!” 라며 따뜻한 달걀을 주는데 난 저 아이가 아무리 달걀을 가져다 줘도 싫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싫었다.



나는 옆집에 사는 저 친구의 이름도, 성별도, 국적도... 아무것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말 한 번 걸어본 적 없는 그 아이는 오늘도 꼬끼오들에게 물과 사료를 주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저 눈빛이 맘에 안 든다고. 친해지고 싶으면 말로 하든지 꼭 저런다니까?’

괜히 툴툴거리며 교복을 입고 집을 나왔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오늘도 모닝 수다를 떤다.

“오늘도 그 닭이 날 깨우더라. 덕분에 지각은 안 해서 좋네.”

내가 매번 말해서인지 우리 학교에서 그 닭은 이미 유명스타이다.

속도 없이 친구는 “야, 고마워해야겠는데?” 라고 말했다.



“야 말도 마라... 닭다리가 무슨 내 허벅지보다 더 커! 엄청 징그럽게 크다니까? 저 꼬끼오, 언제 잡아먹던지 해야지.”

오늘의 학교 수다도 우리 옆집이 주제였다.



내가 학교에서 자기 욕하는 줄 알았는지 하교할 때마다 매서운 눈빛을 하고서 꼬끼오가 날 쳐다본다.



“야, 너 내가 욕해서 그래? 꼬끼오. 너 나 쳐다보지 마 눈빛 무섭다고!”

그때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순덕이.”



나를 아침마다 쳐다보는 옆집 아이였다.

“뭐?”

나는 그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순덕이야. 꼬끼오가 아니라…….”

나는 그 아이를 훑어보고 한 번 째려보고서는 집 대문을 쾅 닫았다.



‘뭐야. 내가 꼬끼오라고 해서 기분 나쁜거야? 별 일이야 진짜. 친해지고 싶으면 말로 하든지 굳이 사람 무안하게....’



나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그 집의 꼬끼오를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

드디어 여름이 찾아왔는지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비는 그칠 새 없이 억수로 쏟아졌고 비 내리는 장마철이라 그런지 옆집도 조용했다. 우리 집은 장마철이라고 엄마께서 전을 부치셨다.

“역시 비 오는 날은 전이야 그치?” 엄마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았고 언제 그칠지 몰랐던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나를 마중나와 있었다. 나는 틱틱거리며 받아쳤다.

“엄마, 비 그쳤는데?”

“또 토단다. 비 그쳤으면 옆집에 전 좀 드리고 와라.”

“뭐? 옆집?” ‘에-휴... 이놈의 주말, 독서실이나 가야지. 저번에 기분 나쁜 일 있어서 가기 싫은데 집에 있으니까 괜히 옆집만 가게 되고.’



나는 툴툴거리면서도 혼날까봐 발걸음은 옆집으로 향했다.

“저기요. 엄마께서 전 부쳤다고 드리라고 하셔서…….”

“많이 아파?” 어디선가 걱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저기……” 소리의 주인공은 옆 집 아이였다.

그 아이는 닭에게 계속 아프냐고 물어보며 닭장에 우산을 펼쳐놓고 있었다.

아마 비를 많이 맞아서 키우고 있는 꼬끼오가 아픈 것 같았다. 그 아이의 눈이 너무 슬퍼보이길래 괜히 걱정이 돼서 한참을 마루에 앉아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 안 갔구나? 미안해 우리 순덕이가 요즘 자주 아픈데 비를 맞아서 그런지 더 기운이 없는 것 같길래……. 많이 기다렸어?”

“아냐, 얼마 안 기다렸어. 그냥 가기 좀 그래서……. 아, 여기 전! 엄마가 너네 집 갖다주래.”



나는 그릇을 받아야 한다는 핑계로 그 아이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고 그 덕에 꼬끼오... 아니 순덕이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다.



그 아이는 순덕이 말을 할 때 무척이나 신나 보였다.



“우리 순덕이는 내가 키웠다! 내가 직접 솜이불에 품어주고 좀 웃기지? 어쨌든 그래서 기적처럼 자랐는데. 순덕이는 내가 엄마처럼 느껴지겠지?

그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제일 아끼는 동생이야. 저거 엄청 커서 아부지가 시장에 내다팔면 엄-청 비싸게 팔린다고 말씀을 하는데 내가 우리 순덕이 팔려 나갈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보살피는지. 아 그리고…….”



그 아이의 수다는 정말 끝이 없었지만 순덕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괜히 닭똥 냄새 난다고 해서 속으로 너무 미안한 감정이 오갔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

밤이 돼 어두워지자 엄마가 날 부르셨고 난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일 아침에 보자!”



난 그날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와 친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그 아이가 순덕이에 대해 말 할 때 반짝반짝 빛이 나던 눈이 생각났다.



하지만

난 그 날 이후 이상한 문제점이 생겼다.

웃기고도 슬픈 황당한 문제점.



그 아이의 말을 들은 이후 치킨을 시켜먹을 때면 괜히 옆집의 꼬끼오...아니 순덕이가 생각나서 미안해지는 것이다.

남들이 듣기에는 우습겠지만 자주 먹던 치킨이 예전과는 다르게 짠하게 느껴져서 그래서 온 몸으로 치킨을 거절해버렸다.

하루는 내가 “저 닭 맛있겠다.”라는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닭 편을 드는 기이한 형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절로 그렇게 반응했던 것이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 변한건지.’

나는 알 수 없는 나의 심리에 괜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이불을 팡팡 걷어차며 잠을 청했다.



-



“일어나! 언제까지 잠 잘 거야?”



“학교 안 가?” 엄마의 두 번째 잔소리알람 소리에 벌떡 이불을 걷었다.

“뭐야? 8시? 엄마 왜 안 깨웠어!” 난 부랴부랴 씻고 교복을 입었다.

“밥은?”

“아, 몰라몰라 늦었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침 새소리, 아침 하늘을 볼 겨늘 없이 난 죽기 살기로 정말 쉬지 않고 학교를 향해 달렸다.



딩-동-댕-동, 댕-동-딩-동.



교실의 종이 울리고 난 교실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세이프-! 나 지각 아니다!”



당당하게 교실에 도착하자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뭐야? 옆집 꼬끼오 오늘 안 울었냐?”

친구의 말에 반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꼬끼오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나만 진지하게 “야, 그니까 말야. 순덕이 무슨 일 있나?”

혼자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못 들은 건지 아니면 안 울었던 건지...

그 고민의 정적을 깨며- 친구는

“야, 뭐? 순덕이? 뭐야 그 꼬끼오랑 친구 먹었냐?”



장난 섞인 친구의 말을 평소 같으면 잘 받아쳤을 텐데 이상하게 그게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런게 아닌데. 아 진짜 뭔 일 있는 건 아니겠지...?”

나의 진지한 반응에 친구들은 나를 놀려댔고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순덕이가 아파서 그랬나? 라는 생각부터 그 아이가 잘 보살피고 있겠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학교 수업을 들었다.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빼고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무작정 집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저 담 너머로 맨날 날 째려보던 순덕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순덕이를 안고 있는 그 친구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나의 의문 섞인 눈빛을 보고서 아저씨는 “요놈 죽었다.”라고 말씀하셨다.



“네?”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순덕이가 죽었다고?’ 내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오래산거야 이정도면. 부모님 모셔 와. 같이 백숙이나 해먹게.”

아저씨의 담담한 어조에 나는 한동안 멍 해졌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아저씨의 눈빛이, 그 말씀이 어찌 보면 당연한건데, 아니 원래 그런 건데 난 묘하게 가슴이 아려왔고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듯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아참...그 애는..?’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옆집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대충 짐작이 가서 바로 공터로 향했다.

“역시나.” 짐작대로 그 아이는 공터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난 무작정 그 애한테 다가갔고 소리 없이 옆에 앉았다.

그 아이에게 난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저기…….”

“죽었어. 오늘 새벽에. 그래도 순덕이 오래 산거래.”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그 아이의 말투는 떨리고 있었고 그 아이의 눈에는 닭똥같은 슬픈 이슬이 떨어지고 있었다.

스치듯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 건널 때가 떠올랐고 그때의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이름도 모르는 그 아이를 안았다.

그 애가 순덕이를 얼마나 아꼈는지 아니까, 그리고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아니까.

난 한참을 안아주었고 그 아이는 내 품에서 한동안 감추었던 어둠을 털어냈다.



한참을 울다가 그 애는 아버지 심부름이 있다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고 혼자 있고 싶어 거짓말 하는 그 아이의 말에 속아주겠다는 듯이 “알겠어, 조심히 다녀와.”라는 말로 배웅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집에서는 백숙을 먹고 있었다. 백숙 좀 먹으라는 엄마의 말씀을 뒤로한 채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 엄마께 다 먹으면 뼈 좀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어리둥절하셨지만 이내 내 부탁을 들어주셨고 뼈를 가지런히 봉지에 싸주셨다



난 그 뼈를 정성스레 씻어 작은 상자에 넣은 후 그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이게 뭐야?”

상자를 받아든 아이는 어리둥절하였다.

“순덕이”

우리는 그 뒤로 한 마디의 말도 없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우린 말없이 순덕이를 회상하며 그날 밤을 순덕이와 함께 보냈다.



날이 밝자마자 아기나무와 순덕이가 잠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가지고 공터로 갔다.

그리고선 전날 그 아이가 울었던 그 자리에 순덕이를 묻었다.

나는 순덕이를 묻은 자리 위에 아기나무를 심었다.

“이건 뭐야?”

“아기나무”

“어디서 났는데?”

“몰라 엄마가 줬어. 엄청 크게 자란다고 하는데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어.”

“자라긴 하겠지?”

“음..아마도?”

“그럼 이 나무는 순덕이 나무네.”

“히히, 그게 뭐야”

“순덕이가 이 나무를 지킬거야”



우린 별 의미 없는 듯한 말들로 그렇게 슬픔을 뒤로 하였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그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항상 혼자 지나갔던 그 어둡던 골목길 앞에서 그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난 그 덕에 그 길이 가로등 수 만개 켜진 거리를 걷는 것처럼 환하게 느껴졌다.



우린 항상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순덕이가 잠들어 있는 공터로 가서 밤하늘의 달을 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나 오늘 음악시간에 가창 수행평가 받았다! 마이크에 대고 부르면서 얼마나 민망하든지.”

“우아..신기해”

“응..? 너 노래방 안 가봤어?”

“노래방....?”

“응! 진짜 스트레스 풀기 좋은데... 안되겠다. 나중에 나랑 같이 가자”

“응 좋아! 아.. 근데 나 이사 갈 수도 있다.”

“응? 갑자기?” 그 아이의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했다.

“어디로? 왜 가?” 나는 연달아 질문했다.



망설이다가 그 아이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음, 아부지가 여기서 오래 머물면 안 될 것같다고 하셔서...”

“왜? 아...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지 말까?”

“아니야 괜찮아. 아부지가 중국인들이랑 같이 일하시는데 아마 한국보다는 중국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셔서.”

“아...그렇구나. 원래 고향이 중국이야?”

“아니.”

“그럼?”

“나.... 북한.”



그 동안 말이 어눌해서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북한일 줄은 전혀 생각 못했는데…….

3초간 나의 머릿속은 작동 오류 난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그동안 말 못해서 미안.. 그거 말하면 네가 날 싫어할까봐”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 우린 그러기 전에 친구잖아” 하지만 그 말을 뱉고서 한참을 멍 때리다가 겨우 말을 뱉었다.

“아..그럼, 아니, 그래서 언제 가는 거야?”

“잘 모르겠어.”

우리는 적막을 깨려고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 덧 집 앞에 도착했고 “잘 자”라는 어색한 인사를 뒤로하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한참을 생각했다.

‘얼마나 말하기 힘들었을까? 그런데 왜 가는 거지? 잡으러 올까봐? 혹시... 간첩인가? 아니면 그냥 아빠랑 이탈한 건가?’ 등등.

수많은 생각과 상상들이 내 머릿속의 퍼즐을 뒤죽박죽 섞어놓았다.

섞여버린 퍼즐들을 보며 난 결심하였다. 궁금한 게 많아도 그 아이에게는 묻지 않기로.



그래서 한동안 그 말들을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그 아이와 지냈다.

같이 하교하고, 순덕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러 가고, 때로는 학교를 안가는 그 친구를 위해 밤하늘을 교실삼아 달 선생님이랑 수업도 하고.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행복하게, 우린 그렇게 지냈다.



사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난 저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점들도 많다.

왜 중국으로 가야하는지, 한국이 불편한 건지, 정말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궁금했지만 절대 물어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 궁금해서 북한이탈주민혜택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진짜 별에 별것들은 전부 검색해보았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이게 다 소용없다는 것을.



북한이탈주민이기 전에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가 불편해하는 말은 물어보지 않는 것이 맞는 거니까.

난 그래서 ‘북한인’이 아닌 그냥 ‘옆집 친구’처럼 지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지 반년이 지났다.

-



띠-리-링, 띠-리-링



오늘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났고 아침밥을 먹는 여유까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의 말에 “그러게” 라는 웃음섞인 대답을 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구름도 내가 좋아하는 뭉게구름.



‘분명 비 온다고 했는데 이상하네?’

나는 비가 온다는 예상을 뒤엎은 이 아침이 너무 황홀하게 느껴졌다.

날씨도 좋고 신호등도 제때제때 초록불이고... ‘오늘 아침은 만점인데?’ 혼자 중얼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운 날.

수행평가도 다 맞고, 이상하게 오늘은 진짜 운수대통한 날이다.

‘이따가 옆집 애랑 피자 시켜먹어야지! 아.... 근데 나 아직도 그 친구 이름을 안 물어봤네? 에휴, 바보... 오늘은 기필코 꼭! 물어봐야겠다!’



하교하면서 보이는 달조차도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달빛의 그림자 사이로 그 아이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그 골목에 서 있다가 나를 반길 그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뭐지? 까먹었나?”

나는 유난이 어두운 이 어두운 골목을 잽싸게 달려갔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이 골목.

이상하게 평소보다 조용하고도 긴 이 골목이 왠지 모르게 나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해 옆집을 보니 불이 전부 꺼져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딸, 왔어? 밥은 먹었고?”

“응? 응...”

“아! 맞다 딸! 옆집 오늘 오후에 이사 갔다.”

“응...응? 이사갔다고? 그런 말 못 들었는데…….”

“그래? 너한테 말 안해서 그랬나? 안 그래도 그 집 아이가 편지 주고 가더라. 너 주라면서, 너 언제 그 아이랑 친해졌어? 엄마는 전혀 몰랐네 아 그리고~”



난 엄마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무작정 편지를 낚아채 방으로 들어갔다.



“이사 갔다고...? 이렇게 갑자기?”

나는 편지를 열어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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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 옆 집.... 아니 순덕이 엄마라고 해야 바로 알겠지?

말도 없이 가게 되어서 급한 대로 이렇게 편지 남겨.

나는 예전에 말했듯이 중국으로 가기로 했어.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괜히 분위기 어두워 질까봐 눈치만 보다가 결국 말 못했네.. 예정보다 너무 빨라졌지만 아부지가 빨리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고... 음 너에게 너무 고마웠어.

이 동네에 친구 하나 없어서 외로웠는데 네 덕에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어.

아!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우리 순덕 나무 꼭 잘 지켜줘! 자주자주 봐주고 알겠지?

그 나무는 내 것이기도 하지만 너 것이기도 하니까. 물 안줘도 잘 자라니까 꼭 우리 순덕나무 잘 지켜줘. 부탁할게! 진짜 나를 이해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뻤고 어디에 있든지 간에 널 잊지 못 할 거야. 평생. 항상 널 기억할게!



-영원한 순덕이 엄마



“뭐야... 이름도 안 물어봤는데.”

.

.

.

.

.



나는 그렇게 순덕이를, 그리고 순덕이 엄마를 떠나보냈다.

맑은 하늘에 예쁜 구름, 너무나 완벽한 하루였는데, 정말 완벽하게 공허해져버렸네…….



그 아이가 떠난 지 한 달 쯤 지났다.



나는 아직도 혼자 이 나무를 지킨다.

내가 아끼는 친구의 부탁이니까, 우리의 약속이니까.



함께 심은 이 아기나무가 무엇으로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꽃봉오리가 지 사과가 열릴지 감이 열릴지 아무도 모른다.

열매를 맺지 않는 그저 단풍나무일 수도 있다.



순덕 나무에 대해 나와 그 친구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함께 심은 이 나무는 언젠가 자란다는 것.



우리는 순덕 나무가 어떤 열매를 맺든지 상관없다.



아마 그 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는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를 아는 사이니까. 그런 동지이자 친구니까.



그저 우리의 꿈이 담긴 나무인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우리의 추억과 행복,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다.



순덕나무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가지를 길게 뻗고 있다.

저 멀-리 있는 그 아이에게 데려다 줄 듯이 뻗은 나뭇가지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꽃봉오리를 대롱대롱 매단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순덕나무의 가지가 하늘을 뚫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저 넓은 하늘을 뚫고 주인이 있는 곳까지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쭉쭉 뻗어 우리가 그리던 미래를 미리 보고 와서 알려주면 좋겠다.

우리가 주변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래도 같은 동지니까...



오늘도 이 동네는 여전히 어둡고 조용하다.

금방이라도 그 아이가 그 골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골목.



아침이면 우리 동네는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여전히 하늘은 아름답게 나를 쳐다본다.

‘아마 지금 그 아이도 나처럼 저 청아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겠지?’

우린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미래를 기다리고 꿈 꿀 것이다.

그 아이가 중국이 아닌 이곳에 당당히 나타나 함께 순덕나무를 보며 이야기 할 그 미래를 꿈 꿀 것이다.



오늘도 아침 공터에 가서 순덕나무에게 인사를 했다.

순덕나무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공터의 수호천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순덕나무를 심는 날 함께 푯말을 적었었다.

순덕나무_

우리를 이어준 보물이 잠들어 있어요. 밟지 말아주세요.

.

.

.

있잖아.

어쩌면 말이야. 네가 날 째려봤다고 오해한 날부터 내가 너와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사실 순덕나무가 어떤 나무로 성장해도 상관없어. 그저 너와 함께 성장된 순덕나무를 바라보는 것, 그거면 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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