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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달러, 성장보다 가치의 시대로

김영민 경제부장

2018년 12월 11일(화) 19:14
2018년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다.

한반도 반만년 역사 중 ‘가장 잘 사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주저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최신호에 실린 ‘한국인의 행복과 행복 요인’(이용수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자료개발실장) 보고서를 보면 국내 성인의 20.2%는 ‘현재 불행하며 과거에 비교해 나아지지 않았고 미래도 희망적이지 않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있다.

설문에 참여한 상당수는 ‘자칫하면 하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3명 중 1명은 ‘일류 직장에서 시작하지 못하면 평생 꼬인다’고 응답했다.

앞만 보고 달리면서 쌓아온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이면에는 사회시스템·이동성 불안의 그림자가 뒤덮고 있다.



‘0.9%’에 압도되는 경제구조

대한민국은 2006년(2만795달러) 첫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3만달러 돌파까지 10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1위다. 인구가 2,000만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서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캐나다·호주·이탈리아에 이어 9위였다. 3만 달러를 돌파한 한국 국민소득 전체 스토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6·25전쟁이후 1960년 초반 100달러를 밑돌았던 대한민국은 1977년 1천달러를 돌파 이후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으며 40여년 만에 세계 경제 강국이 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 체감하는 국민은 주변에 찾아 보기 힘들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불황’이라는 단어는 ‘네버 엔딩 스토리’다. 올해 기업별·가계소득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체감하는 국민, 광주·전남 지역민은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에 한숨이 앞선다.

우선 법인세를 납부한 영리법인이 거둔 영업이익 가운데 대기업의 몫이 61%나 된다. 통계청의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영리법인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66만6,163개였다. 대기업이 2,191개·중견기업이 3,969개· 중소기업이 66만3개 등으로 예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 기업의 0.9%에 불과한 대·중견기업에서 전체를 압도했다. 이런 기형적 경제구조는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과정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생산 증가율이 올해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로 두 자릿수인데 비 ICT 산업 생산 증가율은 0∼2%대에 그쳤다. 설비 투자는 급강하했다. ‘3만 달러’시대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이유이다.



폭풍성장보다 성숙한 분배를

‘평등한 사회를 위한 고용복지정책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상위 10%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체 개인 소득의 49.2%에 이른다

지난 3분기에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고, 5분위는 974만으로 8.8% 증가했다. 가구별 인원을 고려해 계산한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분위별 차이는 2007년 이후 가장 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들의 임금 격차도 작지 않다. 지난해 정규직 평균연봉은 대기업이 6,460만 원, 중소기업이 3,005만 원이었다. 99.1%의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연간 소득은 1인당 국민소득에 사실상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국인의 행복과 행복 요인’보고서에는 불안의 어두움만을 지적하지 않았다. ‘현재도 괜찮고 미래도 대략 괜찮다’는 응답은 56.7%였다. ‘현재 불행하지만 미래는 희망적이다’는 응답은 18.2% 등 응답자 74.9%는 미래에 대한 희망 의지를 보였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인 ‘어쩌다 한국인’에서 한국 국민들은 나쁜 일은 실제 일어날 확률보다 덜 일어날 거라 믿는 경향이 있다고 서술했다.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조사·지표결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긍정적 국민성이 월등히 높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폭풍성장을 일궈낸 대한민국 경제의 밑바탕에는 ‘주체성’과 ‘긍정적 DNA’가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역사에서 한반도 전체를 통일한 국가는 대표적으로 고려와 조선이 있다. 고려는 475년동안 유지됐고, 조선왕조는 518년 간의 역사를 지켰다. 이들 국가 역사 유지 평균기간은 대략 ‘500년’이다. 역사학자마다 의견을 분분하겠지만 일제강점기이후 ‘100세 시대’에 빚대어 대한민국의 생체 나이를 따져본다면 이제 ‘13세’이다. 시기상 사춘기를 앞둔 대한민국은 국가 생성 유년기에 어마어마한 몸집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사춘기와 맞물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서민경제에서도 체감될 수 있도록 부의 분배를 성숙히 논의하는 ‘가치의 시대’로 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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