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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정으로 마음의 짐 훌훌 털어 내자

강성수 부국장 겸 사회부장

2018년 10월 02일(화) 19:21
어릴 적엔 추석이 마냥 즐거웠다. 장년이 된 지금처럼 각종 비용 등을 생각하거나 연휴에 따른 일정을 조정할 일도 없어 그냥 자유스러웠다. 게다가 학교도 며칠씩 나가지 않아도 되고, 평소 얼굴을 보지 못했던 사촌들과 오랜만에 어울려 놀며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리는 당시 국민학교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계시는 시골집을 가려면 1시간 가량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40여분을 더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새 옷을 입고, 먹을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추석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도 난다.

신작로를 달리던 버스는 자갈길에 퉁퉁 튀고 커브 길에서는 쏠림과 흔들림이 심했다. 요즘처럼 거의 모든 도로가 포장됐던 것과는 달리 거의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시절이라 울퉁불퉁한 도로에 버스가 기우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시골뜨기인지라 차창 밖으로 논길이 버스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며 빙빙 돌아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처음엔 차멀미가 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토하기를 몇 차례 하다 정신을 차려 시골집으로 걸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을 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어쩔 땐 부모님과 함께 가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공무원이신 아버지와 가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먼저 보낸 연후 그 날 저녁이나 다음날에 오시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버스를 탄 후에는 내릴 곳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 왔나 밖을 항상 주시해야 했다.

편리해진 귀향·귀경길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추석을 쇠러 광주로 오려면 기본이 10시간이나 걸렸다. 그나마 요즘엔 도로시설이 좋아지고 차량기술도 발전한 데다 인터넷 보급으로 실시간 교통상황 점검이 가능하고, 도착 시간까지 고려해 출발할 수도 있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관계기관에서는 추석 연휴기간 교통량 분산을 위해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주요 우회도로와 최적 출발시기 등도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연휴기간엔 고속도로 통행료마저도 무료다. 또 대부분의 차량들이 하이패스를 부착,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톨게이트 등지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게 됐다.

시대와 교통 편의성은 많이 달라졌어도 그리운 부모님과 어릴 적 향기를 품고 있는 고향에서 친지들을 만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추석은 민족 고유의 명절로서 값어치가 있다. 고향은 남들이 아무리 막말을 뱉어 내도 자기 자신에겐 소중한 곳이다. 타지에서도 왠지 신경이 쓰이고 항상 그리움이 용솟음치기도 하며, 누가 뭐래도 거부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내 자신에게 있어 마음의 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병든 마음 치유하는 곳

또 추석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에게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내 자신의 근황을 알리면서 새로운 인생의 돌파구를 찾는 역할까지 담당해왔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이자,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은 마음의 위안을 통해 활력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향은 도시에서 살며 찌들고 병들었던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구나 외지에서 살다 고향에 발길을 내딛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는 것은 이같은 점 때문이리라.

올해 추석연휴가 끝난 지도 일주일쯤 지났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고향에서 듬뿍 받은 정과 가족의 사랑을 마음에 되새기며 그 사이 가슴 속 한 켠에 묻어 있는 힘겹고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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