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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만난 미소

최 진 화 정치부장

2018년 09월 04일(화) 18:14
올 여름에는 그동안 계획만 세웠던 버킷리스트를 하나 해결했다. 국제종합대회 직접 보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가보는 것이었다.

시작은 3년전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였다. 전세계 선수들이 모두 모여 경쟁하는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통해 국제종합대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고 이듬해 리우올림픽에서 일본의 남자 육상 400m 계주 은메달을 TV로 보면서, 육상경기를 직접 내 눈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20도쿄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마침 올해는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였다. 자카르타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자카르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빈약했다. 인근 섬에서는 지진 소식이 들렸고, 테러 위험도 있다고 했다. 제대로된 여행 책자 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자카르타는 관광지가 아니였기에 발리에 관한 책들만 즐비했다. 가까스로 찾은 것이 2014년 개정판 안내 소책자. 이 책 한권에 의지해서 낯선 곳을 찾아가려니 망설임도 많았다. 하지만 숱한 고민을 뒤로 하고 저지르기로 했다.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아시안게임의 메인 에어리어인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아시아의 에너지는 친절



자카르타에 도착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입국심사대에서는 너무 많은 입국객이 몰려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국제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수하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캐리어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뿐이었다. 이후 자카르타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친절 그 자체였다. 물론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영향이었을 것이다.

자카르타의 유명한 교통체증, 그리고 신호등이 없어 왕복 6~8차선의 도로를 무단횡단 해야하는 환경도 하루만에 적응했다. 외국인임을 인지한 자카르타 사람들은 길을 건너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더니 길을 건너려는 것이냐 물었고 친절하게 도로 위의 차들을 향해 손짓하며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해줬다. 한번 도움을 받으니 그 다음부터는 무단횡단이 어렵지 않았다.

경기장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육상, 야구, 유도, 스쿼시 등의 티켓을 예매하고 자카르타에 갔는데 관건은 예매한 티켓을 어떻게 교환하느냐, 그리고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주황색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었더니 모든게 해결됐다. 예매한 티켓은 바코드만 찍으면 사용할 수 있었고, 셔틀버스를 타면 경기장 앞에 내려줬다.

경기장 안에서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있거나 조금만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뭔가를 찾는 모양새를 보면 자원봉사자들이 즉각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코리아'라고 답하면 더욱 친절한 답변과 대응이 돌아왔다. 한류와 손흥민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기념품숍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기념품숍이 크지 않아 한번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백미터에 이르는 줄을 서야만 했다. 자카르타에서 머물렀던 마지막날 2시간에 걸쳐 줄을 서서 기념품숍에 입장했는데 원하던 물품이 없어 좌절했다. 언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있는데 한 남자 직원이 한국사람이냐고 물었다. 생김새와 발음이 한국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관심을 보였고 찾는 기념품이 매진됐다며 2시간 후에 오면 구할 수 있다고 귀뜸해줬다. 자신이 배운 한국말을 하면서 맞게 말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하던 그 직원의 친절한 대응에 2시간여 땀 뻘뻘 흘리며 줄을 서고도 원하는 것을 살 수 없었던 기막힘과 짜증은 어느 정도 사라지는 듯 했다.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여권을 본 공항 직원은 '한국은 손흥민'이라며 손흥민의 경기를 봤느냐고 말을 걸며 친절하게 출국 수속을 도와줬다.



불편함·낯섦 미소로 상쇄



그동안 국제행사의 경우 자원봉사자의 친절이 성공 개최의 가장 큰 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하고 나니 그 중요성은 너무나 실감이 났다. 지리도 모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느꼈던 막연함과 불편은 인도네시아인들의 미소와 친절에 모두가 사라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조 편성이나 국기게양대 고장, 경기장 시설 불안, 티켓 예매사이트 먹통 등 여러가지 면에서 낙제점을 줄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을 상쇄시킨 것은 인도네시아의 친절이었다.

한국, 그리고 광주·전남도 국제행사를 하고 있거나 앞두고 있다. 또 앞으로도 여러가지 국제행사들을 하게 될 텐데 지역을 찾는 외국인들, 손님들에게 광주와 전남을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것은 친절이고 미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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