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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후 교수의 자동차로 유럽여행<24>스페인

아하, 그곳에 바르셀로나가 있었네

2018년 09월 04일(화) 15:47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관광객들
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최대산업도시로서 항구도시이고 관광도시인 카타루니아 지역의 중핵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전세계의 젊은 관광객들에겐 아주 특별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겐 마라토너 황연조의 신화까지 새겨진 곳이라서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황영조는 1992년 그 곳의 유명한 동산인 몬쥬익 언덕의 가파른 길을 죽을힘을 다해 뛰면서 손기정 이래 다시 한민족의 끈기를 발휘했다. 그리고 우승했다. 그래서 그의 발자국은 몬쥬익 언덕에 있는 종합경기장의 길 건너편에 새겨져 있다. 기념비도 세워졌고 한국의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한 뜨거운 우정도 오롯이 동판과 석판에 텍스트로 새겨져 있다.

7월20일 프랑스 마르세유와 인근 자연공원에 위치한 농촌관광을 마치고 몽펠리에를 거쳐 드디어 밤엔 바르셀로나에 입성했다. 프랑스엔 동네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각가지 방식으로 징수하는데 그간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스페인에 입경하고자 할 때는 어디서부터 고속도로를 이용했는지 취조를 당하는 듯한 질문을 받았다. 몽펠리에를 기억하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그대로 믿어 주었다. 그러나 만약 도시명을 대지 못했다면 우리의 출발지는 시골길을 장시간 이용했는데도 더 멀리 어디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의 바르셀로나 첫인상이 꼭 그러했다. 광주 규모의 인구를 가진 그 곳은 밤에 도착해 골목을 헤매고 다닐 때 둘러보니 깔끔한 곳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도 않았고 부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사방에 호텔이 널려 있는데도 도저히 방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앱에 무수히 깔려 있는 호텔도 빈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교외로 퇴장하여 숙박해야 했다.

다음날은 금요일인데 되도록 많이 구경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우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찾았다. 주변 사방에 꽉 몰려 있는 인파가 어찌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긴 줄이 있어 그곳에 일행을 세워놓고 입장권을 살까 했지만 그건 시티투어 승차대기 행렬이었다. 이어 매표소를 제대로 찾아갔는데 오후 표까지 살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도착했는데도 오후 표까지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15분 단위로 입장권이 발행되는데 시간이 늦으면 무효까지 된다는 점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예정에 없었던 곳이라 사전지식이 없었으니 당황한 것은 당연했다. 관광전문가로서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관광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어도 이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인 줄은 전혀 몰랐다. 즉, 빈방이 하나도 없고 빈 입장권이 하나도 없는 끔찍한 현실은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스페인은 관광대국이다. 지금은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산업이 경제의 11%나 된다. 2017년에는 8,200만명의 관광객 유입으로 세계관광대국 2위가 되어 최근에 이탈리아와 미국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요 고소득 유럽국가에 비해 낮은 물가, 플라멩고와 투우경기의 전통, 이슬람 유적, 세계적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문화 유산과 유명 화가들의 흔적 등에 이끌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

이 해 여름 8월 17일엔 바르셀로나의 보행자 전용도로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끔찍한 차량테러로 인해 13명이 죽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상자들이 속한 국가 숫자는 30개국이 넘었다. 다음날인 18일 새벽에도 인근 남부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 차량돌진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가 없던 스페인에서 두 번의 연속 테러는 여름 휴가철 관광 성수기에 외국인 여행객들이 밀집한 관광명소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그래서 어떤 유명 영국신문은 스페인의 여행업 저물고 있고 테러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아직도 고속질주를 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한편, 예술과 정열의 도시 파리가 있고, 낭만적인 지중해가 있어 관광대국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아직까지는 관광객 유인에 있어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곧 스페인에 추월당할 만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해 8월 바르셀로나의 중심가에서 발생한 대규모 차량테러와 하반기에 해외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카탈루냐 지방이 분리독립 움직임으로 어수선했어도 전 세계의 관광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세계관광기구에 의하면 지난해에 유럽은 테러가 자주 발생했는데도 관광산업이 8%나 증가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다양한 문화유산과 찬란한 역사에 세계인들이 여전히 매료되는 것이다.

유럽 대륙의 한끝에 위치하며 아프리카 대륙에 인접해 있는 나라 스페인은 분명 독특한 뭔가가 있다. 다른 유럽국가를 여행하고 이곳으로 들어온 여행자들은 유럽이면서 유럽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에 야릇한 호기심과 더불어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환상을 느끼게 된다. 그 중심에 바르셀로나가 있다. 그래서 그 곳에서 필자도 큰 감명과 더불어 묘한 호기심을 체험하게 되었다.

다음 번엔 바르셀로나를 또 다루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자 한다. 한국으로 떠나오기 위해 다시 코펜하겐까지 자동차를 운전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독자와의 이별이 어쩐지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동신대 교수·호텔관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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