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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이백과 두보는 살아 있다(1)
2018년 04월 05일(목) 17:01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외교석상에서나 국내 정치에서 한시를 즐겨 사용한다.

품격도 있고 완곡의 강약을 상황에 맞춰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 외교적 수사로나 정치적 수사로 그만이다. 2014년 7월 4일 서울대 특강에서 시진핑은 한·중간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거센 바람이 물결 가르는 그 때가 오면 구름 돛 달고 푸른 바다 헤쳐 나가리라'(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라는 이백의 시 '쉽지 않은 세상 길(行路難)'을 인용했다.

인용 뒤 본인이 덧붙인 것처럼, 양국이 "우호협력의 돛을 함께 달고 상호 윈윈의 방향으로 항행한다면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굳세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백 시로 표현하였다. 전달력이나 매력에 있어 의례적인 우호 강조나 직접적인 수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울림이 크고 길다.

그런가하면 중국 당국이 펴낸 '시진핑의 당풍염정 건설 및 반부패 투쟁에 관한 발언 요약집'에서는 "어린 소나무는 1천척 높이로 뻗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하며, 제멋대로 자란 대나무는 만 그루라도 잘라내야 한다(新松恨不高千尺 惡竹應順斬万竿)"는 두보의 시 구절이 등장한다. 사회 정화를 위한 경고로 시사(詩史·시로 표현된 역사)로 유명한 두보의 시를 인용하고 있다.

중국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둘을 꼽으라면 그들은 바로 당 시대를 산 이백(701-762)과 두보(712-770) 두 사람이다. 이백과 두보는 동 시대를 살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고 깊은 지적 교류를 했던 사이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시풍은 서로 대조적이다. 그리고 이런 대조적인 측면은 중국의 남방문화와 북방문화 각각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백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달 아래 홀로 술 마시며(月下獨酌)'이다.



꽃 아래 한 병의 술을 놓고

벗 없이 홀로 잔을 기울이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내 그림자 더해 3인이 되었네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나를 따를 뿐이지만

잠시 달과 그림자 벗 삼아

봄밤을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춤을 추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가 덩실대네

취하기 전엔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하고 나면 각자 흩어지고 마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영원히 하고자

먼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기약하네



'용문의 봉선사에서 노닐며(遊龍門奉先寺)'라는 1,400여편 두보 시 중 하나이다.



스님을 따라 절에서 노닐다

밤이 되어 절에서 잠자리에 든다

북쪽 골짜기에 영묘한 바람 일고

달빛 숲속엔 맑은 그림자 흩어진다

높게 솟은 산봉우리 별에 이르고

구름 위에 누우니 옷이 차구나

잠깰 무렵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나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구나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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