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신동기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고전은 아이디어의 수원지다-기회비용에 대하여(3)
2018년 03월 08일(목) 17:28
일반 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경제학 용어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회비용'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F. V. 비저(1851-1926)가 도입한 개념으로 앞 세 가지 각 사례에 있어서의 '현시적·객관적' 비용과 '암묵적·주관적' 비용의 합계액을 말한다.



단서는 수천년 전부터



교통 범칙금 등 구입비용 및 헌금액이 모두 각각 10만원이라 할 때 그 10만원은 '현시적·객관적' 비용, 즉 명시적 또는 회계적 비용으로, 부자나 가난한 이 모두에게 동일하다. 그러나 이 10만원 지출로 포기해야 하는 '암묵적·주관적' 비용, 즉 암묵적 비용은 부자에게는 미미한 수준으로 거의 고려할 가치가 없지만, 가난한 이에게는 한 달 중 사흘간 끼니를 걸러야 하는 고통이다. 따라서 부자와 가난한 이 각각의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합한, '10만원+0', '10만원+사흘 동안 굶기'가 된다.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범칙금 부과는 그 위반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다. 동일한 교통 위반에 동일한 '고통'을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부자와 가난한 이에게 범칙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사람의 10만원 범칙금 납부에 대한 '고통'을, 한 달에 18억원 버는 사람에게 동일하게 가하기 위해서는 18억원의 10분의 1인 1억 8천만원을 범칙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핀란드에서 글로벌 기업 부회장의 과속 운전에 대해 1억 8천만원 범칙금을 물린 것은 바로 이런 논리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렇게 될 때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징벌로서의 '고통'도 공정해지고, 나아가 향후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자기 억제력도 부자, 가난한 이 모두에게 동일한 정도로 작용하게 된다.

등 구입비용이나 헌금액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등 구입비용으로 사람의 육도윤회(六道輪廻)가 결정되고, 헌금액으로 천당·지옥이 결정된다면, 그 비용은 당연히 명시적 비용만이 아닌 이 명시적 비용에 암묵적 비용이 더해진 '기회비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승도 이승과 별 차이 없이 부(富)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야말로 황금만능의 또 하나의 이승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이었던 만큼, 하느님의 독생자였던 만큼 부처와 예수는 '현시적·객관적' 비용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처와 예수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명시적 비용에 암묵적 비용을 추가한 '기회비용' 개념으로 빈녀 난타의 등 비용, 과부의 헌금액을 인식하였다. 빈녀일등이 가장 큰 가치의 등이고, 과부의 동전 한 닢 헌금이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이라고.

'기회비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을 뿐, '기회비용' 개념에 대한 단서는 이미 2,500년 전, 2000년 전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불경에서 그리고 성경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 중 상당수는 무(無)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소풍날 사람 눈에 띠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보물찾기에서의 보물처럼, 그 단서는 수천년 전부터 '오래된 책' 어느 한 구석에서 자기를 알아볼 주인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신경을 보내고 난 뒤 어느 때, 자신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 하나의 정리된 개념과 이론으로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본다.



오래된 책은 새 이론의 수원지



새로운 개념·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은 '아, 이런 개념, 이런 이론이 나왔구나. 이것들을 이용하면 우리 주변을 더 잘 이해하고 또 더 손쉽게 설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무신경하게 스쳐 지났을 뿐이지만 이전 한번이라도 그 단서를 '오래된 책'에서 접했던 이들은 땅을 친다. '왜 이 개념/이론을 내가 먼저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하고. 오래된 책은 새로운 개념, 새로운 이론의 수원지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