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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고전은 아이디어의 수원지다- 기회비용에 대하여(1)
2018년 02월 22일(목) 18:07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공동으로 추진하다 중단한 제도 중 '일수벌금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일수벌금제도(日收罰金制度)'는 용어 의미 그대로, 교통 법규 위반자의 '1일 평균 순수입'인 '일수(日收)'에 따라 위반자들의 부과 벌금액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이를테면 운전 규정 속도를 똑같이 10km 초과한 경우라 할지라도 '1일 평균 순수입'이 1,000만원인 사람에게는 '1일 평균 순수입'이 10만원인 사람에 비해 10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100억원을 가진 부자와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사람에게 동일한 금액의 교통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었다.



'일수벌금제도' 검토 배경은



일수벌금제도는 자영업자들의 정확한 소득 자료 확보 한계로 제도 도입 시 유리 지갑인 급여 생활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입장에 부딪쳐 결국 초기단계에서 입법 추진 자체가 중단되고 말았다.

불교 경전인 '현우경'의 빈녀난타품에 가난한 여인인 난타가 석가모니에게 등(燈)을 공양하는 내용이 나온다. 빈자일등 또는 빈녀일등이라는 교훈적 사례로 더 알려진 스토리이기도 하다.

석가모니가 사위국이라는 나라의 절에 머무르고 있을 때 사위국의 국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했는데, 난타라는 여인은 너무 가난해 공양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난타는 구걸을 해 마련한 돈으로 등(燈)을 사 불을 밝혀 석가모니에게 바쳤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뒤 왕이 바친 호화로운 등을 비롯해 모든 등이 다 꺼졌는데 오직 하나, 가난한 여인인 난타가 바친 등만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물론 불교 바깥에서도 '물질'이 아닌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스토리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 바로 과부의 헌금 스토리다. 마르코 복음에 '그 때 부자들은 여럿이 와서 많은 돈을 넣었는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은 와서 겨우 렙톤 두 개를 넣었다. 이것은 동전 한 닢 값어치의 돈이었다. 그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헌금 궤에 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비를 모두 바친 셈이다"'(마르코 12:41-44)라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동 입법 추진하다 중단한 일수벌금제도는 그 추진 근거를 현재 교통범칙금 제도의 불공정에서 찾았다. 교통법규 위반 시 지금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동일한 벌금을 내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동일한 교통 법규 위반이라 할지라도 부자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 공정하다는 논리이다.

공정사회라는 거창한 개념까지 가지 않더라도 개인 소득에 대한 누진세 제도와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일단 정부와 한나라당의 '공정' 논리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행의 '동일한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동일한 벌금 부과'가 '불공정' 하다고는 볼 수 없다.



대립하는 관점의 '공정' 논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라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사회기여에 대한 반대급부의 축적으로, 국가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당연히 같은 사회구성원이 저지른 동일한 법규 위반에 대한 동일한 범칙금 부과가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교통범칙금 제도 관련 논란에는 두 가지의 '공정'이 대립한다. 하나는 현행의 '현시적·객관적'인 '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일수벌금제라는 새로 추진하다 중단된 '암묵적·주관적' '공정'이다. 이 두 가지 대립하는 관점의 '공정'을 하나의 일관된 개념 또는 논리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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