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내 삶을 결정하는 심리학은 무엇인가 (5) |
| 2017년 11월 17일(금) 00:00 |
맹자에게서 가져온 양지(良知)에 대해 왕양명은 '안다는 것은 마음이 근원이다. 마음은 저절로 알 수가 있어 아버지를 보면 효도를 떠올리고 형을 보면 공경을 떠올리고 어린 아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양지로, 양지는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다'(왕양명, 전습록, 2010, 신원문화사, 40)라고 말했고,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이 마음의 본체이고,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이 마음의 움직임이고,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것이 양지이고,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는 것이 격물이다'(앞책 564)라고 말하고 있다.
옳고 그름 판단능력은 천부적
'오로지 마음밖에 없다'는 유심론(唯心論) 입장에서, 맹자가 말한 양지 역시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결론이다.
양지의 의미는 다름 아닌 선악을 판단하는, 즉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잣대로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기 마음속에 이 잣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왕양명은 주장하고 있다.
왕양명에게 있어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에 한정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을 포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유교의 본격적인 심리학적 논쟁은 사실 중국이 아닌 조선시대 이 땅에서 진행된다. 바로 이황·성혼과 기대승·이이 간에 벌어진 심성론 논쟁이다.
논쟁의 핵심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관점이었다. 바로 인의예지의 외부적 표출인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 사단(四端)과 외부 사물과 접할 때 인간이 드러내는 감정인 희·노·애·구·애·오·욕 칠정(七情)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원리인 형이상학의 이(理)와 물질인 형이하학의 기(氣)로 구분하는 이기론(理氣論)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 사단이 이에 속하는가 기에 속하는가 하는 것과 이 이가 과연 밖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존재론적 차원의 '이'와 '기'를 x축에, 도덕론적 차원의 '선(道心)'과 '악(人心)을 y축에 두어 4분면으로 나누어 인간의 마음을 일반 자연론에 비추어볼 때, '성(性)'&'선(善)' 분면과 '정(情)'&'악(惡)' 분면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성(性)은 선하고, 살아가면서 작용하는 마음인 정(情)은 이기주의로 악하게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악' 분면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맹자에 따르면 성은 선하기 때문이다.
논란은 '정(情)'&'선(善)' 분면이다. 바로 성인 인의예지가 측은지심 등으로 밖으로 드러날 때 이 밖으로 드러난 사단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리고 존재론적 이기론에서 이는 원리로서 물체에 내포되어 존재할 뿐이라고 했는데, 인간에게 있어서는 이 이가 밖으로도 드러날 수 있는 것으로 예외적으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다.
인간에게 있어 이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면 이기론은 존재론적(자연) 이기론과 도덕론적(인간) 이기론으로 갈라서게 된다.
이황(1501-1570)은 '사단은 이가 밖으로 드러날 때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밖으로 드러날 때 이가 따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소 복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마음에 있어 이는 곧 성이니, 성이 마음의 '원리'로서만 있지 않고 마음의 '작용'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유교의 '사단칠정' 논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성이고 드러나는 것은 정이다'는 주희의 성정론(性情論)이 무너진다. 아울러 자연과 인간 사이의 이기론적 일관성도 무너진다.
이에 대해 이이(1536-1584)는 '기가 밖으로 드러나고 이는 거기에 실릴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단도 기가 드러난 것이므로 당연히 칠정에 포함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주희의 성정론은 물론 이는 밖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자연에서의 이기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측은지심 등의 사단을 통해 환원적으로 인의예지 존재를 확인한 맹자의 성선설적 입장은 이이의 주장에서 다소 흔들리게 되었다.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옳고 그름 판단능력은 천부적
'오로지 마음밖에 없다'는 유심론(唯心論) 입장에서, 맹자가 말한 양지 역시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결론이다.
양지의 의미는 다름 아닌 선악을 판단하는, 즉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잣대로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기 마음속에 이 잣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왕양명은 주장하고 있다.
왕양명에게 있어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에 한정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을 포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유교의 본격적인 심리학적 논쟁은 사실 중국이 아닌 조선시대 이 땅에서 진행된다. 바로 이황·성혼과 기대승·이이 간에 벌어진 심성론 논쟁이다.
논쟁의 핵심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관점이었다. 바로 인의예지의 외부적 표출인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 사단(四端)과 외부 사물과 접할 때 인간이 드러내는 감정인 희·노·애·구·애·오·욕 칠정(七情)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원리인 형이상학의 이(理)와 물질인 형이하학의 기(氣)로 구분하는 이기론(理氣論)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 사단이 이에 속하는가 기에 속하는가 하는 것과 이 이가 과연 밖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존재론적 차원의 '이'와 '기'를 x축에, 도덕론적 차원의 '선(道心)'과 '악(人心)을 y축에 두어 4분면으로 나누어 인간의 마음을 일반 자연론에 비추어볼 때, '성(性)'&'선(善)' 분면과 '정(情)'&'악(惡)' 분면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성(性)은 선하고, 살아가면서 작용하는 마음인 정(情)은 이기주의로 악하게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악' 분면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맹자에 따르면 성은 선하기 때문이다.
논란은 '정(情)'&'선(善)' 분면이다. 바로 성인 인의예지가 측은지심 등으로 밖으로 드러날 때 이 밖으로 드러난 사단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리고 존재론적 이기론에서 이는 원리로서 물체에 내포되어 존재할 뿐이라고 했는데, 인간에게 있어서는 이 이가 밖으로도 드러날 수 있는 것으로 예외적으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다.
인간에게 있어 이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면 이기론은 존재론적(자연) 이기론과 도덕론적(인간) 이기론으로 갈라서게 된다.
이황(1501-1570)은 '사단은 이가 밖으로 드러날 때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밖으로 드러날 때 이가 따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소 복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가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마음에 있어 이는 곧 성이니, 성이 마음의 '원리'로서만 있지 않고 마음의 '작용'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유교의 '사단칠정' 논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성이고 드러나는 것은 정이다'는 주희의 성정론(性情論)이 무너진다. 아울러 자연과 인간 사이의 이기론적 일관성도 무너진다.
이에 대해 이이(1536-1584)는 '기가 밖으로 드러나고 이는 거기에 실릴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단도 기가 드러난 것이므로 당연히 칠정에 포함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주희의 성정론은 물론 이는 밖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자연에서의 이기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측은지심 등의 사단을 통해 환원적으로 인의예지 존재를 확인한 맹자의 성선설적 입장은 이이의 주장에서 다소 흔들리게 되었다.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