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1879년 W. M. 분트(1832-1920)가 실시했던 실험심리학을 계기로 독립된 과학의 길로 들어선다. 즉 분트를 경계로 기존의 철학의 일부로서의 심리학이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으로 독립선언을 한 것이다. 현대심리학의 출발이다.



서양 철학자들 인간마음 탐구





철학의 일부로서의 심리학의 역사는 짧지 않다.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에 이르는 동안의 서양 심리학은 주로 인간의 마음 탐구에 머물렀다. 심리학(Psychology)의 어원이 '마음'(psyche)과 '이성 또는 법칙'(logos)의 합성인 만큼 마음 탐구에서도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주로 집중되었다. 이른바 '영혼 심리학'이다.

고대 그리스 원자론자인 데모크리토스(BC460?-BC370?)는 일반 물질은 물론 인간의 '영혼' 그리고 '사고 작용' 자체도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72p 참조)고 주장했다.

얼핏 극단적인 유물론자다운 주장으로 여길 수 있지만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뇌생리학(Cerebral physiology)을 떠올릴 때, '사고 작용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와 같은 주장은 대단히 예리한 통찰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플라톤(BC428/427-BC348/347)은 인간의 정신은 '이성'과 '열정'과 '욕망'으로 되어 있다(이병길 역, 플라톤, 국가론, 2002, 박영사, 185면 참조)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는 비육체적 영역을 '영혼(soul)'과 '정신(mind)'으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사유하는 힘인 '정신'을 육체의 형상인 '영혼'보다 높은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육신의 구속을 많이 받는 '영혼'에 비해, '정신'은 '영혼' 속에 깃들어 있으면서도 육체로부터 독립적인 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신의 구속을 받는 '영혼'은 육체와 분리될 수 없어 육체가 소멸할 때 함께 소멸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유하는 능력인 '정신'에 대해 그 근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170p 참조).

중세 후반 스콜라 철학의 대표적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인간은 '영혼(anima)'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혼'은 질료인 '육체'의 형상으로서 육체로부터 독립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영혼'은 다섯 가지 기능을 갖는데, 바로 생장기능, 감각기능, 욕구기능, 장소이동 기능, 그리고 지성적 기능(이재룡 등 옮김, G. 달 사쏘 등 편찬, 신학대전요약, 2001, 가톨릭대학교출판부, 94-98면 참조)이라고 주장한다.





동양심리학은 의식 심리학





근대철학의 문을 연 R. 데카르트(1596-1650)는 인간은 '신체'와 '영혼(anima)' 둘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혼'은 영양을 섭취하고, 걷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활동에 관여한다(르네 데카르트, 이현복 옮김, 성찰, 2011, 문예출판사, 45면 참조)고 주장했다.

근대 이전의 서양 심리학이 주로 형이상학의 영혼심리학이었다면, 동양의 심리학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함께하는 의식심리학, 작용심리학이었다. 마음을 구성하는 의식 구조와 외부와 연결되는 마음의 작용을 주로 다루었다.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