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광주 동구가 금동에 여성안심구역 '해냇길'을 지정해 놓고 범죄에 취약한 골목길에 가로등 조차 설치하지 않는 등 전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런 주거환경에 불안감을 느낀 상당수 여성들이 거주지를 옮겨버려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금동 여성안심구역은 지난 2014년 여성·아동·청소년 폭력예방분과위원회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보안등과 안심비상벨, 바닥 발광 장치 설치 및 벽화도색 등이 추진됐다.

동구는 금동이 여성 1인 거주 주택과 유흥가 등이 밀집해 있는데다 주변에 공·폐가도 많아 범죄발생이 우려됨에 따라 동부경찰서와 협력해 이곳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련 예산 3,000만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이어 2015년에는 이 구역을 금동의 옛 지명 금계리(해가 비추는 냇길)의 우리말인 '해냇길'로 명명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해냇길'은 다수의 발광 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고 안내 표지판도 바닥에 나뒹구는 등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12일 밤 11시께 동구 금동 '해냇길'은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주민들이 다니는 보행로에 설치된 발광 장치는 상당수가 꺼져 있었고 바닥 보조 보행로를 그려놓은 페인트도 벗겨진 채 방치됐다.

또 안내 표지판은 기존에 설치된 외벽에서 떨어져 한 주택가 주차장에 나뒹굴었다.

특히 범죄위험에 노출된 여성이 사용하는 안심벨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인근 주택에서 사용하는 TV케이블이 차지했다.

또 택배를 가장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여성안심 택배함 또한 사용자가 거의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에 동구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비에 나설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예방하는 시설물들이 제기능을 상실하고 주변 주거환경도 열악해지자 금동에 거주하던 여성들도 하나둘 동네를 떠나가고 있다.

현재 금동에는 여성들이 크게 줄고 고령의 주민들이 대부분이라 이 사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동 인근서 30년째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 모할머니(71)는 "젊은 여자들이 다 떠나서 동네에 노인이 대부분이다"며 "처음 사업 시행할 때만 떠들썩했지 그 이후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동구는 지난 2012년에 이어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지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된 바 있다.

/유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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