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역사의 뒤안길에서 엎어지고 고꾸라지며 절망하는 이들이 적잖다. 수 많은 민초들이 그렇게 희생 당하면서도 꿋꿋이 일어서며 역사를 이어왔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다. 광주의 아들 딸들이 총칼에 스러지며 역사의 수레바퀴로 끌려들어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한국의 민주주의가 세워졌다. 그들이 흩뿌린 피와 눈물을 밑거름삼아 한국의 민주주의는 싹을 틔워냈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응어리진 아픔은 약해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선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더욱 선명해지기도 했다. 어디 당사자 뿐이랴. 그 가족들의 아픔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관통하며 가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 오월극으로 꾸며져 광주 5월을 장식했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무대에 올린 애꾸눈 광대 ‘어머니 전상서’가 그것이다. ‘애꾸눈 광대’는 5월 광주의 진실과 정신을 알리고자 기획된 5월극이다. 이 연극엔 80년 오월 현장에서 투쟁하다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벌써 5년째 상설공연으로 진행 중이다.

5월극 ‘애꾸눈 광대’ 큰 감동

작년까지는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광대 이야기를 전했다면 올해는 80년 5월을 겪은 자식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스토리 전개를 바꿨다. 지난 5월 17·18일, 23·24일 공연된 무대는 많은 갈채를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시나리오가 확 바뀌었다. 5월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광주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오다가 지난 해 변화를 시도했고 올해 그 틀을 완전히 바꾸었다. 지난 해 아들의 관점에서, 올해 어머니의 관점에서 오월의 이야기를 풀어헤쳤다. 5월 광주항쟁에서 다치고 내 몰린 자식을 둔 어머니의 입장에서 오월을 담아냈다. 거기에 가슴 찡한 어머니의 인생사가 놓여 있다.
각색은 방송작가 및 희곡작가로 활동 중인 이 지역 출신 김원민씨가 맡았으며 연출은 지난해에 이어 이행원씨(극단 크리에이티브 드라마 대표)가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특징은 전문 배우들이 캐스팅돼 짜임새있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 밀도 높은 연기로 승부를 냈다는 것이다. 자연히 극 몰입도가 높아졌다. 5월 항쟁 동안 가슴 졸이며 자식을 기다렸고 이후 자식이 살아남았음에도 커다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5월 어머니의 짠내나는 이야기가 전문 배우들의 연기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어머니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이다. 근현대사 격동의 세월을 거쳤고, 무엇보다 가장 비극적인 80년 5월을 경험한 광주의 어머니들도 바로 그런 분들이다. 연출을 담당한 이행원씨에 따르면 “5·18 연극을 하면 ‘또 그 이야기냐’라고 할 때가 있었다. 이번 ‘어머님 전상서’를 계기로 아버지, 동생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을 다룬 ‘애꾸눈 광대’ 후속작이 지속적으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희망한다. 이 연극은 5월 공연에 이어 이번 주에 무대를 마련한다. 20(화)·21일(수) 7시30분 광주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진행된다. 7월과 8월에도 넷째주 화·수요일에 상설공연으로 시민과 만난다. 그리고 이어 7월부터 11월까지 순회공연으로 광주·전남지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이다.

광주의 오월 광대 통해 부활

우리가 오월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오월은 광주의 존재 근간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이다. 오월의 정신을 우리가 똑똑히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다. 애꾸눈 광대의 의미와 가치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고 잊을 수 없는 광주의 오월이 애꾸눈 광대를 통해 매년 부활하고 있다. 광주의 오월이 애꾸눈 광대 무대를 통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소리없는 함성을 내지른다. 많이들 오셔서 오월정신을 함께 호흡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