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순

껍질 터지면서 자라나는 자작나무숲
하얀 숲 뒤로하고
제 몸 가르며 가시 키우는 나무

인적 드문 깊은 산 속에서
단지 아프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시 세우고
누구를 찌르지 않고도 혼자 아픈 나무

흐린 하늘 아래
겨우내 언 땅 녹아 질척거리는 봄

마른 풀 밟아 가며
되돌아 되돌아 가시 만지는

찌르지 못할 가시를 키우는 나무
울지 못할 울음을 키우는 사람

<사색의 창>자신의 살을 터트려 가시를 만들고 단단한 심성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외부의 경계를 강화한다. 는 홀로 외롭고 홀로 아파한다. 이런 를 바라보며 이경순시인은 소리 내어 울지 못할 사연을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절절한 시심으로 승화시킨 것 같다. 굳게 닫힌 마음을 달래줄 세상을 그리워하고 누군가에 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는 애절한 심성이 한편의 시를 만들어 냈다. 이경순시인은 경기도 가평출신으로 문예운동으로 등단하였고 무안 문인협회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다문화 지원센터 한국어 강사로 근무 중에 있다. ‘’는 이경순시집 ‘붉은 나무를 찾아서’에 발표된 작품이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시인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