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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빚어낸 삶과 문화
2017년 04월 26일(수) 00:00



이 연 수 문화팀장


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그 중 술도 지역색과 전통을 잘 드러내는 음식 중 하나다. 우리 전통주는 삼국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전통주는 탁주와 청주 등 발효주와 소주로 대표되는 증류주로 나뉜다. 전라도의 술인 진도 홍주, 죽력고, 이강고는 조선 3대 명주로 꼽히는 명품 술이다.
알코올 농도가 45~48도나 되는 진도 홍주는 전남 무형문화재 제26호다. 대나무 진액과 우리쌀을 원료로 만든 증류주인 죽력고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원기회복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몸에 좋은 약주다. 전주 이강주로 유명한 이강고는 배와 생강, 울금, 계피, 벌꿀 등의 약재를 넣고 우려내 목넘김이 부드럽고 청량감이 일품이다.
술은 사람간 소통을 돕고 흥을 돋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능도 있지만 과하면 건강을 해치고 범죄를 부르는 등 부작용도 크다. 폭탄주 제조해 돌리기 등 한국인의 음주습관은 이미 악명이 높다.

술은 문화로 빚는다

폭음을 권유하는 문화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진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14면체 주사위 형태의 주령구에는 신라인들의 음주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벌칙이 적혀 있다. 금성작무(노래없이 춤추기- 무반주 댄스), 중인타비(여러 사람 코 때리기), 음진대소(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원샷), 곡비즉진(팔을 구부려 다 마시기- 러브샷), 양잔즉방(두잔이 있으면 즉시 비우기) 등 다소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주령구를 던져 나온 벌칙을 즐기는 모습으로 신라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최근 술을 권유하는 스님을 만났다. 고불매로 유명한 백양사 주지 토진스님이다. 스님은 매실로 만든 매취순의 소비가 촉진돼야 전남의 매화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지킬 수 있다며 매취순을 많이 소비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술은 문화로 빚는다. 문화가 다르면 술 빚는 재료부터 달라진다. 유럽의 와인은 포도, 카리브해의 럼주는 당밀, 몽골의 아이락은 가축의 젖, 막걸리 재료는 쌀, 매취순 재료는 매실이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술의 신 ‘바쿠스’에는 포도주와 포도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삼추가연’에는 선비에게 술잔을 건네는 장면에서 고려청자가 등장한다. 김준근이 그린 ‘기산풍속도’에서도 줄타기 장면에 어김없이 술상이 등장하고 있다. 김홍도의 ‘벼타작’에는 술에 취해 비스듬히 누워있는 감독관의 모습에서 신분차이를 강조하는 도구로서 ‘술’이 등장한다. 술은 그래서 문화로 마신다. 문화는 술을 빚고 술은 문화를 빚는다.
문화의 영역에서 술을 다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이 오는 5월 21일까지 선보이는 ‘술, 문화를 빚다’ 기획전이다. 시립민속박물관이 술에서 지역성을 추출해 선보이는 전시로 처음 기획해 눈길을 끈다.

넘치는 술만큼 풍류도 넘칠까

200여점의 술 관련 유물과 자료는 우리 술의 기원과 발전과정, 전통주의 분류와 제조법 뿐만 아니라 술을 통해 본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조망하고 있다. 주말엔 전통주 시음도 하고 있어 애주가들에겐 즐거운 관람이 될 듯도 하다.
술을 마시다 물에 비치는 달을 잡으려고 강 속에 빠져 죽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주량은 하루 300잔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마신 술은 독하지 않은 양조주였고, 잔의 크기 역시 술 뚜껑 정도의 아주 작은 사이즈였단다.
옛부터 풍류와 뗄 수 없는 게 술이다. 풍류가 있는 사회는 거칠고 삭막하지 않다. 술 소비가 넘치는 요즘, 그 소비량만큼 요즘 우리 사회는 풍류가 넘치고 너그러운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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