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호남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전은 강도가 높아진다. 전통적 전략 투표를 통해 나라의 운명까지 가르는 곳이 호남 아닌가. 탄핵이 만들어낸 위기의 정치상황 속에서 정권교체 염원은 하늘을 찌른다. 이런 호기를 맞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신기넘치는 야성을 발휘하는 호남에 대해 차별화된 특별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교체의 주역인 두 당이 본선 진출권을 확정짓는 최대 승부처로 인식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몰표를 주는 호남이다. 이곳의 결전을 대선 본선티켓이 걸린 마지막 예선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야권 대선 호남 경선은 전국 경선 판세를 주도할 것이다. 야권 양당 주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을 뻔질나게 드나드는게 모든걸 웅변한다. 자칭 대세론을 내세운 문재인 전 대표 마저도 호남에 쏟는 내공이 수퍼급이다. 문 전 대표 부인이 오래전부터 주말마다 눈홀기는 광주를 찾아와 지지세 확장 활동을 펼친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정도다. 정치평론가들도 호남에서의 경선 결과가 미래를 재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경선 결과 정치지형 가늠자

호남 경선을 좌우하는 힘의 원천은 전략적 표심이다. 호남은 진보적인 야권성향의 대상을 선택한 후 몰표를 던져왔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나타난 실체가 놀랍다. 호남의석 28석 중 국민의당 소속 23명에게 당선을 안겨주었다. 전남에서는 11석중 1석만 민주당에 내주고 나머지 10석은 국민의당에 몰아주었다.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에게 전체 8석을 통째로 넘겨주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특성이 잘 드러난다. 호남 득표율은 김대중 94%,노무현 93%,문재인 89% 광주는 김 97%, 노 95, 문 91%였다. 당시 전국에서 세 번째 치러진 광주경선에서 1등을 차지한 노전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경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이인제·한화갑 후보를 제압해 돌풍을 일으켰고 결국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광주가 전략적 몰표지원의 중심지라는 이정표를 세운 정치사다. 호남은 전략적 투표지역으로 자리를 굳혔다.
임박한 광주경선에서도 이러한 전략적 특성이 이어져 전국 경선 판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광주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이를 발판삼아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당이 광주를 첫번째 경선지로 택한 것도 지역 특성을 의식한 결과다. 어떤 변수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호남 민심’이라는 자체 평가가 이미 나와 있다.
국민의당과 민주당 주자들에겐 25, 27일로 예정된 광주경선일이 운명의 날이다. 경우의 수에 따라 이번이 대선도전의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에게 근소하게 이기거나 질 경우 역전극에 휘말릴 수도 있다. 선거인단이 200명을 넘어설 경우, 역선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불확실성은 증폭된다. 국민의당 광주경선도 후보들에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텃밭 경선이므로 표차가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 호남 출향인을 향한 특정인 결집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표차에 따라 세 후보의 미래 정치 지형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전국적 선거 이벤트로 우뚝

광주경선을 앞두고 몰표 수혜를 입은 국민의당 안팎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장투표 반영 비율이 80%인데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투표 가능한 유연성이 우세 속단을 주저케 만든다. 여론조사상 앞서 있는 안철수의 높은 인지도, 손학규의 화려한 경력과 저력, 지역인재론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박주선 부의장의 조직력과 지역 인지도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호기심을 키운다. 현장 투표결과가 당일 발표된 점도 흥미를 돋구는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당 광주지역 예선일이 마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날만큼이나 들떠있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광주경선일 내내 DJ센터는 투표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까지 끼어든 광주경선은 일종의 블랙홀이 되어 전국적인 선거 이벤트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