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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마을 골목골목 봄소식 ‘꿈틀’
2017년 02월 24일(금) 00:00



양림동

동·서양,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시공을 초월한 광주 양림동에서 만난 봄은 어떤 모습일까. 봄비로 촉촉이 젖은 이맘때 가지끝 봄물이 들고 그 모습에 설레어 주말을 마구 내달리고 싶어지죠. 100년 전 근대문화의 발상지 양림동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광주의 근대문화는 선교사들과 역사를 함께 해오고 그 역사의 꽃을 피운 양림동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양림동 뒷산은 풍장 터로, 몹쓸 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내다 버리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너무 무서워서 아무도 가지 않는 곳. 그래서 외국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고 하구요. 그들이 이곳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우고 헐벗고 굶주려 병든 사람들을 돌보면서 양림동의 역사가 시작됐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해 그들과 함께 들여온 근대문화가 광주 곳곳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양림동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처마의 곡선이 아름다운 한옥이, 또 다른 한켠에는 고전미를 자랑하는 이국적인 서양식 벽돌집이, 아주 오래된 집이 있는가 하면 최근 지은 집들까지 어우러지며 양림동에 오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착각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이곳 양림동은 소년 김현승이 무등산을 바라보고 시심을 키웠다던 문학적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소년 김현승이 되어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껴보는 시간도 좋겠죠.
선교사들이 둥지를 튼 곳, 양림동에는 유독 교회가 많습니다. 지금도 ‘양림교회’란 이름이 붙은 교회만도 3개나 되죠. 교단에서 분리됐음에도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 그렇다는데요.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이 헷갈려 하죠.
정원이 예쁜 통합양림교회 쪽으로 가면 오웬 기념관이 나오구요. 오웬은 선교와 의료봉사에 헌신하다 한국에 온지 5년 만에 급성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합니다.
오웬기념관은 오웬과 그의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1914년에 지어진 네델란드식 건물로 광주의 신문화 발상지가 되었죠. 교회 행사는 물론 크고 작은 강연회와 음악회, 영화, 연극, 무용 등이 펼쳐졌다고 하구요. 그 옛날 이 건물은 남녀가 각각 다른 문으로 출입하고, 실내에서는 천을 이용해 남녀를 떼어놓았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이 영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 주택으로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윌슨(한국 이름 우일선) 사택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고아와 환자들을 머물게 하기 위해 지은 집이었다고 합니다. 광주에서 서양식 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자주 등장한 곳이죠.
충현원은 광주 최초의 고아원으로 주변에 피칸나무와 흑호도나무들이 많은데요. 이 나무들은 당시 어린 아이들이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풍경이 이국적이다 보니 빈티지한 멋을 자랑하는 이곳에 주말이면 연인들과 웨딩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양림동에는 또 양림동이 낳은 중국 최고의 인민음악가로 추앙받는 정율성(1914~1976)을 기리기 위해 ‘정율성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에는 남구가 정율성 선생과 관련된 사진들과 영상 자료를 모아 조성한 ‘정율성 거리전시관’이 마련됐구요. 양림동을 찾은 여행자들은 물론 광주를 찾는 중국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죠.
양림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추녀 끝이 아름다운 한옥 이장우, 최승효 가옥입니다.
1899년에 지어진 이장우 가옥은 당시에는 보기 힘든 솟을 대문이 달려 있는 부잣집으로 마당에는 커다란 돌거북이 있는 일본풍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손님을 맞는 공간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장우 가옥이 주는 멋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죠.
최승효 가옥은 1920년대 지어진 건물로 원래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가옥이었다고 합니다. 한말 전통가옥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건축사적 의의가 큰 집으로 전해지구요.
독립운동가의 피신처였다고 해서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안타깝게도 문이 꼭 닫혀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초입에선 정엄 선생의 효자비와 충견상이 반깁니다. 정엄 선생 집에는 총명한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선생이 쓴 서신을 한양과 평양까지 배달했다고 하죠. 충견상에는 이런 내용과 감동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엄 선생에게는 새끼를 밴 충견이 한 마리 있었는데, 새끼를 낳을 날을 생각하지 않고 한양으로 심부름을 보냈다 한다. 그 바람에 충견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서 새끼 아홉 마리를 낳게 되었다. 충견은 낳은 새끼를 주인이 살고 있는 집까지 한 마리씩 물어 나르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아홉 마리째 새끼를 나르다가 그만 지쳐 죽고 말았다고 한다. 정엄 선생은 자신의 실수로 개가 죽은 것을 알로 슬퍼하며 개의 상을 조각케 하여 집 뜰에 세우고 추모했다.’
양림동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가 된 펭귄마을은 뒤뚱뒤뚱 걷는 동네 한 어르신의 모습이 꼭 펭귄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요.
펭귄마을 초입의 펭귄 텃밭은 사람들이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렸던 곳을 펭긴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아저씨가 텃밭으로 꾸몄다고 하구요. 모기도 많고 냄새도 심했던 이곳에 오래된 액자와 옛 사진들, 투박하게 쓴 골목 담벼락 문구들까지 어우러지며 묘한 분위기의 매력을 자랑합니다.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펭귄마을의 풍경은 시간이 멈춰 있습니다. 펭귄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펭귄시계점입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다양한 모양의 고장난 벽시계와 손목시계들이 전시관을 연상케 하구요. 무심한 듯 걸려있는 작품에 골목 전시장의 또 다른 멋을 느낍니다.
50년도 더 된 맞은 편 펭귄주막은 골목여행자들에게 쉼의 공간이 되어 주구요. 마을 사람들에게는 지친 일상에서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방 역할을 지금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곳에선 소소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안주거리겠죠. 양철냄비와 주전자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주막에 들러 소소한 일상에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 쭉~ 금상첨화겠죠.
부족한 듯 넘치고 마을 곳곳의 풍경은 정겨움으로 옛 추억에 젖게 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죠.
사직공원은 조선 태조 3년에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사직단을 설치한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오래전 사직공원 앞에서 찍었던 어릴적 빛바랜 사진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사직공원의 명소였던 그 팔각정을 대신해 최근 사직공원 전망타워가 세워졌습니다. 전망타워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 광주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의 밤풍경은 양림동의 멋을 한층 더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양림동은 골목 곳곳에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한 로컬푸드와 커피숍, 여성들이 좋아하는 액세서리에서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이번 주말, 가족과 연인, 오랜 벗들과 양림동 봄이오는 골목길 여행은 어떨지요.


정수정 <내고향TV 남도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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