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봉 남


가벼운 바람 따라
붉고 노란 잎들이 하나둘 지고 있다.

떨어진 잎들은
대지위에 어지러이 뒹굴고
맨 몸이 된 나무는 더 버릴 것이 없어
수도자처럼 기도하네.

버리고 비우는 일
어지럽지만 쉬운 일.
아쉽지만 홀가분해
가벼워진 계절 앞에 그리움이 스민다.



<사색의 창>

버리고 산다는 것과 채우고 산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버림의 철학을 통해 삶을 사는 최봉남 시인은 의료인이다. 의료인의 삶은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 속에서 참 의료인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특히 최봉남 시인은 버림 속에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참사랑을 전하는 명의로 알려져 있다. 의사로써 겨울을 맞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겨울나무는 옷을 버린다. 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애타는 심사나 겨울나무를 보는 최 시인의 사색도 한결같은 한마음 일 것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어렵고 쉬운 일이지만 마음에 남아 있는 그리움은 남을 것이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시인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