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구 용

그는 팔을 어제와 내일로 뻗고
간혹 방황한다.

한밤중에 눈 뜨고 있는 그림자이다.

자기 몸을 애무하듯
서로의 가지에 기대어 봐도
우리는 휴지 쪼각이며
기생충이었다.

누구는 소용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일을 근심한다.
빼앗긴 그릇과
전개하는 사장(沙場)
그의 말씀만 푸르렀다.

<사색의 창>인간은 신 앞에서 무용지물인가. 시인은 구도적 몰아의 경지에서 무언의 의식을 갈구하며 을 의인화하였다. 조금도 숨김없이 떠오르는 이미지를 쉬르레알리즘의 자동기술법으로 진솔하게 표현한 김구용 시인은 불타의 진리를 추구한 불자다. 일체 중생을 생사번뇌가 엇갈리는 고해에서 제도하여 피안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구도적인 표현으로 지금 경제적 난세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도 불타의 말씀은 푸르러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시인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