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청계동 계곡>



소나무 푸른숲·작은 골짜기 사이 청정계곡
임진왜란때 청계 양대박 장군의 의병활동지


청계동 계곡은 발길 닿는 곳마다 푸른 숲의 진한 향이 코끝으로 전하는 숲길따라 그동안 동네 주민들만 ‘쉬쉬’ 하며 다녔던 청정계곡입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남원시의 한봉과 순자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손으로 모으고 만나는 듯한 도계(道界)지역으로써 예로부터 주변 경관이 빼어나 마치 삼청의 진경을 옮겨 놓은 듯하다는 명승지이죠.
여름에는 맑은 물이 계곡 사이로 흐르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이 많구요. 4km쯤 되는 긴 계곡으로 주변에 크고 작은 골짜기가 수없이 많고 골짜기를 따라 군데군데 작은 폭포들이 있는 아담한 곳입니다.
계곡을 오르는 산책길의 경사도는 평지와 같이 완만해 여름철이면 피서지로 최상의 휴식지이죠.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은 골고을 답게 계곡이 많습니다. 곡성의 진산인 해발 735m 동악산. 동악산의 ‘악(樂)’은 ‘즐거울 락’이 아닌 ‘풍류 악’자로 음악이 울리는 산이란 의미죠.
남원 고리봉과 섬진강을 사이에 둔 동악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능선을 따라 겹겹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장산의 산세를 갖춘 명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악산 정상 부근 신선바위는 그 옛날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던 자리로 가뭄이 극심하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는데요, 신께 비는 것이 아니라 바위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등 신을 노하게 해서 비를 내리게 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기암과 폭포, 암반이 옹골차게 들어앉은 동악산의 골짜기는 찾은이들 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는데요. 그 중에서도 동악산 북쪽을 흐르는 사수곡 풍광이 으뜸입니다. 너른 반석과 기암을 품은 계곡은 곡성읍과 입면 사이로 동악산이 용처럼 달려오다 강줄기를 만나 멈춘 곳에 꼭꼭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은 임진왜란시 고경명 장군의 우부장으로서 금산전투에 참가하였던 청계 양대박장군이 의병을 양성하고 활동하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양대박 장군이 강호제현들과 교분을 맺고, 의병을 양성하고 활동했던 청계동에는 율사곡, 사수곡, 묵방곡 등의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 계곡을 사수동이라고도 하는데 청계동 계곡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수곡을 곡성 사람들은 청계동 계곡이라 부르죠. ‘물 맑은 계곡이 4곳’이라는 뜻의 사수곡이 본래 이름입니다.
양대박 장군은 1544년(중종39년) 청계동 계곡 앞 섬진강을 건너 남원 주생면에서 태어났고,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7월 제1차 금산전투 직전에 진중에서 사망했습니다.
유팽로 선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거병을 목적으로 낙향을 하고, 낙향도중 순창에서 의병을 결성합니다. 그리고 고향인 옥과로 와서 의병모집에 동분서주하며 양대박과 함께 협력하지요.
그리고 당시 동래부사를 역임하였던 담양의 고경명 장군을 주장으로 추대해 호남 6,000의병을 결성합니다.
고경명 장군의 아들 고종후는 유팽로 선생과 나이도 같고 과거급제 동기였다고 합니다.
고경명 장군을 주장으로, 좌부장에는 유팽로, 우부장은 양대박이 맡고, 안영을 종사관으로 6,000 호남의병을 결성해 임금을 구하기 위해 근왕상병을 외치며 북진하던 중 호남으로 들어오던 왜군을 금산에서 맞아 싸우다 모두 전사합니다.
양대박 장군만 전주전투 후 합류하지 못하고 이동 중 진중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지요. 임진왜란 호남의병에서 양대박 장군과 유팽로 선생의 활약은 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분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골짜기가 바로 이 청계동 계곡이기도 합니다.
제1차 금산전투로 인해 호남으로 진출하려던 왜군의 의지가 꺾이고, 호남에서는 6,000호남의병의 정신을 되살려 2차, 3차 의병이 일어나고, 이순신 장군은 이런 호남을 기반으로 수군의 승리를 이끌어 냄으로써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곡성읍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면 계곡 입구 매표소가 있구요, 매표소 입구부터 펼쳐지는 자연 풀장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가족단위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고 계곡의 끝 부분에 위치한 크고 작은 폭포는 천연 워터파크나 다름 없어 물놀이를 즐기기엔 그만이죠. 이곳에서 4㎞에 이르는 동악산은 소나무와 부드러운 암릉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곡성의 진산으로 작은 폭포와 아름다운 수석을 품고 있는데요. 이 숲길에서 만나는 너럭바위와 함께 송림과 잡목이 우거져 여름나기에 안성맞춤이죠.
솔향기 가득한 숲길을 따라 100여m 정도 오르면 하늘이 터진 자리에 너른 골짜기가 아름드리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와폭(석당폭포)과 널찍한 소, 그 뒤로 깎아지른 암봉(정철봉)이 우뚝 버티고 서 있구요. 그 숲길을 따라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거대한 암반을 타고 흐르는데요, 수려한 자연미와 웅장함에 반해 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여름 한낮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게 되죠.

<여행 TIP!>

◇함께 둘러볼 곳
섬진강 제일의 정자 함허정은 앞쪽으로 천마봉을 향하고 뒷쪽은 섬진강과 평야를 배경으로 ‘젖을 함’, ‘빌 허’, 비어 있는 마음으로 섬진강에 젖는다는 정자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사뿐히 올라 보는 것도 좋겠죠?
전국유일의 강을 따라 별자리를 관찰 할 수 있는 섬진강 천문대에서 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자리 헤라클레스자리, 거문고자리, 백조자리, 독수리자리 등을 관찰하는 시간도 좋겠네요.

◇먹을거리
곡성은 섬진강과 대황강에서 나는 참게, 은어가 유명합니다. 된장과 들깨가루를 푼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참게탕과 은어구이 맛은 잊지못할 소중한 곡성여행의 기억으로 남겠죠?

/정수정 <내고향TV 광주전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