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안

솔수펑이 휘인 등을 감싸 안고 피는 안개
햇잎이 곰실거린다. 눈시울 그렁거린다.
할머니 주름살처럼
시들어가는 저물녘.

길게 누운 갓길 위로 손 흔드는 산 그림자
가는 시간 신발 끌고 꿈을 기워 일어서다
때로는 물 젖은 삶이
저녁별 돋우며 가네.

빈 하늘 저 끝에서 우렁우렁 이명耳鳴이 울고
누가 나의 뒷 발목을 비끄러매 당기는가,
한세상 애운한 길에
혓바닥 내미는 강.

<사색의 창>자미당 이전안 시인은 인성을 중시하는 시인이다. 영광출신으로 허난설헌과 비유될 만큼 한국문단의 원로 여류시조 시인으로 자연을 사랑한다. ‘’는 자연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인간의 삶에 비춰 시상의 세계로 이끌어 낸 휴머니즘의 절정 판이다. 지나간 세월, 미래 속, 삶의 여정을 깊은 상념으로 토해내는 시인의 가슴에 저녁노을과 함께 노닐다 비춰진 산과 강의 그림자는 어떤 글 그림이 될까?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시인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