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영 해

눈을 한번 감았다 뜨는 동안
나의 반생(半生)이 흘러간다
뭐 하나 남은 게 없는 지난 시간 위로
모래 바람 지난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뜨는 동안
아직 남은 생이 흘러간다
속도를 더하는 시간들
여생이 순간이다

몇 해보다 긴 여름
몇 년보다 긴 겨울의 하루
지난 시간들이 지금은 평화로운데

살아온 날도 순간이고
살아야 할 날도 찰나인데
오늘 하루가 너무 길다

한 생애가 흘러간다
순간이다

<사색의 창> 을미년의 한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다. 지나가버린 한해를 돌이켜 보면 기쁨의 순간보다 슬픔의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우리의 인생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간디는 “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것처럼 살라” 고 했다. 짧은 삶을 살면서 우리는 역사를 창조하고 개척한다. 즐거움도 슬픔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삶의 순간이 길 수도 있다. 결코 짧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루도 찰나요 한 인생도 찰나일 수 있지만 결코 슬픔만으로 살 수 없다. 살아가는 동안 슬픔도 기쁨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일환 시인·한국 사이버문학인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