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소리

심 경 숙


졸업식 다음 날 시집온 새댁
김을 매다가
허리 한 번 쉰다고
짚가리에 기대어
흘러가는 구름 보는데
야야 이왕이면 엎어져 푹 쉬어라
옆집 아짐 말을 듣고 엎어져 쉬었는데
아모리 철딱서니 엎기로 시당숙


초분에 엎어지나
시어머니 혀 차는 소리
서른 나이에 대학 들어간 며느리
아침상 차려주며
야야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묵고 댕기라
삐비꽃 하얗게 피어나는
초분에 기대 듣는 소리



<사색의 창>
뻐꾸기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은 새다. 뻐꾸기의 설화나 전설이 많은데 인간이 원한을 갖고 죽어 전말에 환생하는 변형된 내용들이다. 동장군의 시샘을 멀리하고 이겨낸 봄날의 정겨움에 심 시인은 지난날 초분의 추억을 담아냈다. 소설가이기도 한 심 시인은 시상을 전개하면서 농촌의 흙냄새 물씬 풍기는 고향의 향기를 선물한다. 따스한 봄날 고향의 흙냄새는 우리마음의 본향이기도 하다. 심경숙 시인의 농촌 일상추억에 동행하며 새벽을 맞는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