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수 진


긴 그림자를 끌고
물일 나간 여자가 돌아와
엉거주춤 허리를 펴면

깊고 아득한 곳에서
휘파람 소리 들리고

몸 안에 은 햇살로
잠시 기대앉은 여자의
언 등을 녹이는
또 하나의 등이 있다


<사색의 창>
소슬바람 불면 싸리문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 하느적 거리며 주위를 살피는 늦 가을날. 어머니는 물 항아리 머리에 이고 집으로 들어선다. 가을 지나 초가집위에 하얀 눈이 쌓이고 옷 벗은 나뭇가지에 설화가 피면 언 손을 호호 불며 행여나 미끄러질라 조심조심 물 길어 부엌을 오가는 어머님이 생각난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에 정겨운 시골집 옛정취가 그리워진다. 손수진 시인은 무안문협 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여류시인으로 추억 속 여인의 이야기들을 시상에 았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나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