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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의 길따라 맛따라-화순적벽
2014년 10월 24일(금) 00:00

김삿갓도 즐긴 ‘적벽 팔경’…30년만의 장관

조선 10경중 하나 높이 40m·길이100m 웅장
수많은 묵객들 머물며 아름다움 노래했던 곳
매주 수·토·일요일 하루 3차례 적벽투어 실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1984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화순적벽. 화순군과 광주시가 상생 발전을 위해 개방하기로 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장항과 보산, 두 적벽이 30년만에 베일을 벗게 됐습니다. 지금 절벽은 가을옷으로 갈아입는 중인데요, 그 자태가 매혹적입니다.
그동안 수몰지역 주민에 한해 설과 추석, 한식 때 성묘나 벌초를 위해 허가해 왔던 화순적벽이 23일 적벽문화제를 시작으로 일반인에 한정 개방됐습니다. 장항적벽과 보산적벽으로 떠나 보도록 하죠.


화순적벽은 1519년 기묘사화 이후 화순으로 유배돼 온 신재 최산두(1483∼1536)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노루목(장항)에서 거대한 석벽을 발견한 그가 중국의 적벽에 빗대 명명했다고 전해지구요, 조선 중기의 문신 석천 임억령은 ‘신선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고 해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했습니다.
조선 중종 때 유배온 조광조(1482∼1519)는 사약을 받기 전 배를 타고 다니며 이곳의 절경을 보면서 한을 달랬다고 합니다. 조선 중기 대학자 하서 김인후는 적벽시를 지어 화답했구요, 김삿갓도 적벽의 장관에 빠져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풍류 묵객들이 적벽에 들러 적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죠.
화순적벽은 근대까지 '조선 10경'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구요, 물염-창랑-보산-장항 등 4개 적벽을 아우르는 7㎞가 전남도 기념물 제60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면서 절벽은 형형색색 우리를 유혹합니다. 높이 40여m, 길이 100m 가량으로 폭도 넓고 웅장하죠. 그 절벽을 따라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구요. 물에 비친 또 하나의 적벽은 마치 유화를 뿌려놓은 듯 아름답죠.
물염적벽은 방랑시인 삿갓 김병연이 생전에 자주 찾아와 시를 읊곤 했다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병풍처럼 깎아지른 기암괴석과 노송이 그 밑을 유유히 흐르는 창랑천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죠.
창랑천을 따라 반영되는 풍광은 한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죠. 지금은 시비에 둘러싸인 김삿갓 동상이 물염적벽을 응시하고 있구요, 이곳에 서면 누구라도 시인이 됩니다.
맑은 물이 휘감아 도는 절벽 위의 정자도 멋스럽습니다. 물염 송정순이 세운 물염정인데요, 속세에 물들지 않는다는 '물염(勿染)'의 의미도 깊습니다. 물염정엔 김인후, 권필 등 조선 선비들이 지은 시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운치를 더해주구요, 정자를 주변으로 삿갓 시비공원도 옆에 있습니다.
창랑적벽과 물염적벽을 품은 동복댐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철조망 밖에서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요, 딱 그만큼의 비경에도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먼 발치에서라도 바라볼 수 없었던 적벽이 있습니다. 바로 장항적벽과 보산적벽인데요, 산 깊은 동복댐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어 마주할 수 없었죠. 옛 추억담으로만 전해 들을 뿐인데요.
노루목은 저의 아버지의 외가입니다. 어릴적 외가 노루목에서의 추억을 더듬어 신혼여행을 다녀 오셨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통해 옛 노루목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죠. 이렇게 적벽은 누구라도 한 번쯤 다시 찾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된거죠.
산의 형세가 노루의 목을 닮았다고 '노루목 적벽'으로 불리고 가을꽃 억새가 반기는 지금 요맘때 적벽의 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장항적벽은 거대한 암벽이 하늘로 치솟듯 우뚝 서 있는데요, 깎아지른 암벽은 태고의 신비 그 자체죠.
깎아지른 절벽의 높이가 50여m로 물 속에 잠긴 것도 35m쯤 된다고 합니다. 수직으로 약100m 가량 되는 깎아지른 바위벼랑이 거꾸로 서있는 셈이죠.
백아산에서 발원한 동복천이 항아리 형상의 옹성산을 휘돌아 나오면서 이룬 절경인데요, 그 모습이 잔잔한 물에 비춰져 하늘정원에 드리운 아담한 병풍같이 느껴집니다.
댐이 생기기 전에는 절벽 위에서 낙화놀이가 열렸다고 하구요. 해마다 4월 초파일 밤에 절벽 위에 올라가 짚덩이에 불을 붙이고 아래로 떨어뜨렸다고 하는데요. 불꽃이 떨어지며 물에 잠기는 모습이 환상적이었겠죠? 또, 아래 물길에서는 삿대를 저어가며 뱃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장항적벽 앞에서 망향정을 품고 있는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입니다. 장항적벽보다 규모는 작지만 깊게 파인 모습이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여주죠.
동복호 곳곳에서 피어난 하얀 억새 무리가 길 떠나온 여행객들을 맞고 있는 이른 아침, 햇살 머금은 호수는 보는 것 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동복호에 아픈 사연들도 있는데요. 바로 이곳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은 창랑, 월평 등 이서지역 15개 마을 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하구요, 대대로 이어온 삶터를 떠난 주민들의 가슴아픈 사연들이 메아리쳐 오는 듯도 합니다.
고향을 잃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적벽의 아름다움을 새긴 적벽동천, 적벽가, 적벽팔경 비도 세워져 있구요.
수몰된 15개 마을의 유래비와 망향탑, 망배단도 놓여 있습니다. 해마다 수몰민들이 명절 때 이곳에서 망향제를 지내고 있죠.
고향을 잃은 수몰민의 애잔함을 담은 곳곳의 전경들이 지금은 추억속의 사진에서만 볼 수 있어 안타까움도 함께 하는데요, 그 추억의 길을 따라 비포장 산길 끝 시야가 확 트인 곳에 골짜기 마다 가득한 동복댐이 잔잔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전망 좋은 이곳은 포토존이 되어주고 있죠.

■화순적벽을 찾아가려면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에서 나가야 한다. 각화동 농산물시장 앞에서 담양 창평방면으로 가다가 고서사거리에서 우회전, 광주댐으로 간다. 식영정과 소쇄원을 지나 유둔재 터널을 넘어 구산 삼거리에서 우회전, 이서면으로 가면 된다.

■화순적벽을 돌아보는 적벽투어
23일 적벽문화제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 일요일 오전 9시30분, 12시, 오후 2시30분 세 차례 적벽투어가 이뤄진다. 33인승 버스 4대가 운행하며 1일 396명에 한한다. 적벽 입구(화순군 이서면 월산리 산26-4)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망향정까지 4.8㎞를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100분, 버스비는 2,000원이다. 방문일 2주 전부터 접수하며 화순군 누리집(bus.hwasun.go.kr/적벽투어)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겨울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운영하지 않는다. 금연구역이며, 음식물과 주류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문의는 화순군 문화관광과 061-379-3505.

■화순 먹거리
화순의 먹거리 중 흑염소를 빼놓을 수 없다. 흑염소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보약으로 통한다. 자양강장 식품으로 알려져 더욱 인기가 많다. 화순 흑염소는 수육과 탕으로 유명해 미식가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내고향TV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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