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에 연분홍 꽃그림자 8월의 황홀경

연못 중심 자그만한 원형섬 꽃그림자 기울고
햇살받은 백일홍 적송사이로 너울너울 춤추네

거의 매일 내린 비로 이젠 비가 좀 지겨울 정도인데요, 입추가 지난 늦여름 지쳐가는 초록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꽃분홍의 아름다운 멋을 간직하고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백일홍 가득한 꽃 물길을 따라 담양의 명옥헌입니다. 빗속에 들른 명옥헌은 청초한 아름다움과 황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네요.

담양의 명옥헌 가는 길인 후산마을은 전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명옥헌이 있는 후산마을 입구 주차장에 연못이 있는데요, 오래된 수양버들 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없이 증언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후산마을은 터가 좋기로도 유명하죠. 그래서인지 최근엔 예술가들이 많이 귀촌해 살고 있죠. 마을 진입로에 주차를 하고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 시골 골목길의 전경이 정겹습니다.
마을에는 천연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구요,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죠.
구불구불 골목길을 돌아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골목 끝자락에 초록의 아름다운 멋과 함께 연분홍의 붉은 백일홍이 한가득합니다.
명옥헌! 보는 이들 누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때가 바로 8월의 전경이죠. 정자의 왼편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와 같다’ 해 ‘명옥헌’이라 했다고 합니다.
7월부터 8월 배롱나무가 만개할 때 너울너울 춤추듯 떠올라온 연분홍의 붉은 꽃잎이 되어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 보고 흰구름 벗삼아 노닐다 오기 좋은 곳이죠.
후산마을의 명옥헌은 조선중기 때 오희도의 넷째아들 오이정이 부친 뒤를 이어 이곳에서 글을 읽고 많은 저술을 남긴 별장 터입니다.
우암 송시열이 그의 제자 오기석을 아끼는 마음에 ‘명옥헌’이라 이름짓고, 계곡바위에 새겼다고 합니다.
이후 오기석의 손자 오대경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구요. 또 정원 뒤에는 이 지방 이름난 선비들을 제사 지내던 도장사 터가 남아 있죠.
못 주위에는 ‘명옥헌계축’이란 글씨가 새겨 있구요, 정자의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는 적송과 백일홍을 심었습니다.
백일홍과 적송의 조화로움이 명옥헌 주위에 뛰어난 조경으로 이름나 있죠, 그 때문에 명옥헌 원림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한 곳이기도 했구요,
그만큼 원림으로서의 멋과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명옥헌의 연못은 조선시대 정원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동서로 20m이고 남북으로 40m, 못 중심부에 자그마한 원형섬이 위치해 있는데요, 물빛에 붉은 꽃그림자가 스멀스멀 번져옵니다. 지친 녹음속에 꽃그림자가 그리울 때 명옥헌은 한껏 그 멋을 자랑하지요.
얼마나 아름다우면 황지우 시인은 창넓은 작업실에서 명옥헌을 내려다 보며 이 시를 썼을까요?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화엄(華嚴) 연못, 물들였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에도 질렸지만
도취하지 않고 이 생을 견딜 수 있으랴

황지우 시인의 ‘물 빠진 연못’입니다. 지금은 그의 작업실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죠.
배롱나무 가지 사이로 드는 한줌 햇살이 지날때면 그 햇살을 먹고 자란 초록의 작은 풀잎들이 총총거리고 연못 주변 적송들과 백일홍 나무의 꽃이 너울너울 춤춰오는 8월의 마지막 주, 여유로운 한낮은 도시락 여행객들의 점심시간, 재잘거리는 풍광속에 잔잔한 감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롱나무의 이름은 또다른 의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붉은빛 꽃이 백일동안 피고진다고 해서 붙여진 ‘목백일홍’, 배롱나무는 백일홍 나무였다가 ‘배기롱나무’로, 다시 ‘배롱나무’로 변한것이구요, ‘간즈름나무’라는 이름 역시 매끈한 나무줄기를 만지면 꽃잎이 흔들리며 간지럼을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명옥헌에는 ‘삼고’라는 편액이 있는데요, 조선 16대 임금인 인조, 능양군이 인조반정을 위해 오희도를 세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