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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잎 단상
2014년 08월 25일(월) 00:00



서 은 철


뒤 뜨락 대나무밭 스산함에
마당 가 오래된 감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 틈새 매달린 연시감이
풍요롭다

삐요시 매미 숨어 한나절 울어대던
초록의 한 여름날엔
달포쯤 지나 대나무 숲 사이 기어드는
가을날 설픈 바람에 실려 온
알알이 성김을 알았을까

부끄럽지 않은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

이제는 다시
계절이 지나고
연시감에 매달린 사연들이
하나 둘 익어간다




<사색의 창>
가을이 익어가는 어느 날, 감나무에 붉은 연지를 바르고 곱게 물들어 온 몸을 적시는 모습을 본다. 설익은 사연 안고 무더운 날씨와 거센 다툼을 하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 얼굴을 스칠 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내 할 일을 꿈꾸고 일상으로 돌아온 사연들을 읽는다. 가을인가 보다. 이제 모두 놓아야 할 때가 옴을 아나 보다. 초록의 장관을 연출하며 꿋꿋했던 마음을 놓아 순응하는 비움의 자태가 인생 중년의 말기에 접어들었으니 어이하랴. 버려야지. 그리고 다음 생을 채우고 또 다른 나를 연출해야 하는 가을 단상 앞에 온갖 시심을 놓아버리는 가을 초입의 새벽, 나를 사랑하는 하루를 염원한다.
/한국 사이버문학인협회 회장 나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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