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주가 피워낸 ‘창작발레의 꽃’

시립무용단 주역서 예술감독까지 40년 발레 인생
‘명성황후’ ‘K아리랑’ 등 세계서 호평…광주 빛내
28~29일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 전막 준비 한창

“무용수들의 삶은 워밍업에서 무대 위 마지막 커튼콜까지 기대와 두려움의 연속이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동작들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과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열정이 무용수를 가장 무용수답게 만들고 최고의 공연을 보장한다.”
발레인생 40년. 광주시립무용단의 주역 무용수로 젊음을 바쳤고 지금은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광주 대표 안무자로서 광주 발레를 빛내고 있는 김유미 감독(48)을 만났다.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자기관리는 철저합니다. 식이요법은 물론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 자기관리, 시간관리에 소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연에 임박해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하고 관객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위해 반복적인 연습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환희와 기쁨의 박수갈채를 받고 무대를 내려와서야 안도의 한숨과 희열을 느끼며 다시 또다시 더 나은 무대를 위해 노력하게 돼죠.”
최근 만난 김 감독은 오는 28일과 29일 열리는 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김 감독은 러시아 페름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을 초청해 시립무용단원들과 함께 무대를 선보인다며 “그동안 군무, 솔리스트, 주역 등 각각의 캐릭터와 배역에 맡는 동작들을 부분적으로 세심하게 정리하며 연습하는 과정을 거쳤고, 2시간의 전막 공연을 위해 매일 전막 리허설을 하며 단원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에 임하고 있다. 공연의 감동을 꼭 와서 느껴봐 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러시아 페름 발레단의 초청 의미에 대해 물었다. 김 감독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백조의 호수를 그들의 무용수들을 통해 그들만이 갖는 개인적인 묘사와 독창적인 기법을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나아가 동아시아를 넘어 유아시아까지의 교류로 문화수도 광주가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많은 교류의 장을 만들어갈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연을 앞두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 백조의 호수 공연 또한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 감독. 그러나 사실 그는 지난 1990년 광주문화예술회관 개관 공연으로 지방에서는 최초로 올려진 전막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무용수로 공연해 전국적으로 큰 호평과 주목을 받았던 무용수다.
광주에서 태어나 7살때부터 발레를 시작한 그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광주의 발레를 전국과 세계 무대에 알리고자 귀향해 광주시립무용단 상임수석단원으로 입단했다.
‘백조의 호수’에 이어 국내 최초 ‘돈키호테’ 전막 공연으로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발레하면 광주’라는 명성과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의 광주시립무용단 주역 무용수로 이름을 알렸다.
잠시 시립무용단을 떠나 7년동안 박금자 발레단의 안무자 및 상임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개인 발레단에서 지도력과 안무력을 인정받아 많은 창작 작품들과 다양한 고전 레파토리들을 무대에 올려 더욱 풍부한 경험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그는 제4회와 제15회 광주무용제에서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1995년 전국무용제에서는 ‘아가야 이 세상엔…’이란 작품을 안무해 대통령상과 연기상을 수상했고, 2006년 전국무용제에서는 ‘Leave Traces - 흔적을 남기다’라는 작품으로 금상, 안무상, 무대미술상, 연기상을 휩쓸어 전국무용제 사상 최다수 상을 수상해 전국에 광주를 대표하는 안무자로 이름을 빛냈다.
오랜 시립무용단의 경험으로 누구보다도 시립무용단의 특성을 잘 아는 그는 지난 2009년부터 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아 단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실력 향상과 효율적인 단 운영에 힘써오고 있다.
그동안 시립무용단은 클래식 발레의 전통 계승과 함께 창작발레의 실험적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예술적 깊이와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우리 고장의 클래식 발레 대중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 온 지역의 발레단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이 부임 첫 해 제작했던 ‘명성황후’는 국내 최초 국악과 발레와의 만남이라는 이슈로 서울 예술의 전당과 4년간 중국 정부 초청 중국 5개 도시 순회공연을 올리면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평론가들로부터 아직까지 우리나라 발레의 과제로 남아있는 한국창작발레를 서울이 아닌 지방의 발레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고 한국적인 춤사위와 국악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김 감독은 광주만이 지닌 특성화된 소재의 안무 작품들과 폭넓은 활동을 인정받아 2012년에는 한국발레협회 CEO상과 지난해 한국예총 대상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용가이기도 하지만 40여년 긴 세월 광주발레에 헌신해 온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김 감독은 “돌이켜 보니 힘들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시립무용단을 떠나 개인발레단에서 보낸 7년, 최근 3년간 준비 끝에 광주브랜드작품을 준비하는 시점에 찾아온 예술감독 재공채 도전 등 발레라는 외길만 걸어온 나였기에 힘든 시절도 그저 참고 배우며 견디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내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으로 광주지역에서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그동안 시립무용단은 우리 역사의 수많은 스토리들을 무대로 끌어올렸었다. ‘오월의 빛’, ‘빛고을 판타지’, ‘명성황후’ 등이 대표작이며 현실과 환상, 빛과 어둠, 현재와 과거, 억누르는 자와 억눌린 자 사이에 그동안 미뤄져 온 대화를 시도하고 치유하는 소통을 벌여왔다. ‘K-아리랑’ 은 그런 노력이 집약돼 결실을 이룬 것이다”며 “광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더불어 미래의 상생을 열어젖히는 작품을 부단히 준비하고 싶다”고 바램을 밝혔다.
실력있는 무용인 육성과 함께 앞으로도 다채로운 작품활동으로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램을 밝인 김 감독은 덧붙여 “예향 광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시립예술단체들에 대한 사랑과 격려로 힘이 되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양 기자

약력
▲이화여대 체육대학 무용과 졸
▲조선대 체육대학 대학원 무용과 졸
▲전남대 사범대학 체육학과 박사과정 졸
▲국립 러시아극장예술대 기치스 발레지도자과정 졸
▲광주시립무용단 상임수석단원
▲전북대, 국민대, 조선대 무용과 외래교수
▲아시아 발레단 대표
▲한국무용협회 광주광역시지회 감사
▲광주문화발전소 위원
▲한국발레협회 이사
▲광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