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합창(合唱)
손 광 은

우리들은
가슴속으로부터 향기 나는 숨소리 치솟아
변화의 욕구 치밀어 바다가 된다.

우리들은 바다를 보며 웃고 모이고 웃고 빈손으로 돌아간다.
우리들은 춥고 캄캄한 어둠에 익숙해져
악취 나는 시대에 흐르지 않는 강(江)이 된다.

어둠에 지쳐 쓸어 지면서
울부 짓는 바보들의 합창 바다가 된다.

우리들 삶도 흐르는 강(江)물처럼 파도치듯
포효하는 숨소리로 살지만
한번 흐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물이 된다.

물처럼 흘러도
다시 바다처럼 일어나 속소리 바람처럼 일어나
반란처럼 감싸고 휘감아 다른 사물들을 일으키면서
출렁거린 물이 된다. 물결이 된다.

저기 저 밀물 썰물같이
밭 여울 살여울 지는 물결이다 江이다
분노의 계절에 절망을 딛고 일어서서
꿈틀꿈틀 살아서 흘러가는 江물이다.
저 江을 들여다 보아라
저 푸른 바다를 들여다 보아라
일어서서 하얗게 웃고 돌아오는 물결을 보아라
손잡을 틈도 없이 하얗게 헤어지고
다시 출렁이며 사라지지만
다시 돌아오고 만나고 휘도는 원무(圓舞)를 보아라
화려한 껴안음으로 꽃이 핀 동산에서
노들강변 춤을 보아라

시작과 끝이 자맥질하듯 서로 기대고 당기고 무한할뿐
할말이 많은날 바다를 보아라
우리는 사랑처럼 출렁거린 江물이 된다.

숨차게 휘감고 껴안아도 떠나는 江물이 된다
엉키고 맺고 푸는 숨소리 같이
자맥질하는 가쁜 숨소리가 살아
끝끝내 살아서 하는 끝 지구 밑바닥까지
휘도는 江물이 된다.

살아서 막히지 않는
큰 바다가 된다.




그림 허 진

▲전남대 예술대학 교수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9년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995년 제1회 한국일보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시 손 광 은
▲보성 출생
▲시인, 문학박사
▲전남대 명예교수
▲다형 김현승 시인기념사업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시집 ‘파도의 말’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