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동서양 문화 속에서 인간의 잠재의식에서 혐오스러운 것에서부터 신앙의 대상에 까지 긍정과 부정 등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지혜의 신 아테테의 상징이며, 후일 논리학의 좌표가 됐고 트로이의 패망을 예언한 카산드라는 뱀에게서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
늙은 뱀으로 변신한 사탄은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를 따먹게 타락시켜 지옥으로 인도하고 원죄를 짓게 하는 등 사람들은 뱀을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나 옛 도상에 뱀은 인두사신으로 묘사되어 있고 인간 창조신화를 상징하고 있다.
불사와 영생, 여근과 남근 그리고 사랑을 뜻하고, 탐욕과 교활, 우유부단하고 혐오스러운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또 신중하고 지혜롭고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인과응보에 따라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업신’이자 수호신이기도 했다.
뱀은 겨울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번복하며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불사, 재생, 영생의 상징으로 땅과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하고, 치료의 신이기도 새로운 정력을 소생시키는 심벌이다.
제주도에 전해지는 신화에서 저승사자인 까마귀의 적패지(저승으로 갈 죽은 자의 명단)를 삼켜 버린 뱀은 죽는 법이 없고 아홉 번 죽을 고비에서 열 번째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구사십생’이라고 했다. ‘뱀도 천년 묵으면 용이 된다’는 속담은 뱀의 생명력과 오래 살면 지혜가 는다는 말이다.
민속 신앙 중 ‘업’은 흔히 집안 살림이 그 덕이 나 복으로 늘어 가는 것으로 믿고 소중이 여기는 동물이나 사람이다. 주로 업 동물로는 두꺼비, 족제비, 구렁이 등이 있으며 구렁이는 재물과 풍요, 다산을 상징한다. ‘부잣집 업 나가듯 한다’는 속담은 재물을 늘게 해준다는 업구렁이가 나간다는 뜻으로 부자가 까닭 없이 몰락해 가는 것을 뜻한다.
가야국 김수로왕 묘의 도적 떼들이 금옥을 훔치려 하자 이때 30여척 되는 큰 뱀이 번개처럼 사당에서 나와서 10 여명의 도적을 물어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능원에 뱀 신물을 새겨 보호한다는 믿음이 있다. 신라 48대 경문왕은 뱀이 혀를 내밀어 가슴을 덮어 줘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구약 성서에 불 뱀이 나타나 백성들을 물어 죽이자 모세가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만든 구리 뱀을 환자들이 봄으로써 상처가 나을 수 있게 한 이야기는 뱀은 치유의 능력을 말한다.
또 중국 전설에 ‘상’이라는 사람이 어머니가 병들자 뱀의 간을 베어다 드리니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양 의사들의 마크가 뱀 문양인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뱀으로 술을 만들어 먹으면 정력에 좋고 요통에 효엄이 있다는 말은 뱀이 생식기가 두 개이고 암수 교미시간이 이틀 동안 장시간 진행 되는 데서 다른 동물보다 정력이 강한 것으로 인식한 유감 효과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뱀을 팔던 장사꾼들은 “뱀을 먹으면 오줌이 담벼락을 뚫는다”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면서 남자들의 정력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뱀 꿈 중에서 뱀이 자신을 에워싸는 꿈을 꾸면 생활에 큰 변화가 일고, 남자가 뱀 꿈을 꾸면 여자 친구를 사귄다. 뱀에게 물리거나 감기는 꿈은 큰 재물이 생기거나 배우자가 생기고, 구렁이에게 감기거나 물리는 꿈은 임신이나 득남의 꿈이고, 뱀을 붙잡는 꿈은 취업의 꿈이고, 뱀을 무서워하는 꿈은 배신이나 인간관계의 아픔을 뜻한다. 집안에 뱀이 들어오는 꿈은 식구가 늘거나 사업상 일이 불어나는 것이고, 뱀을 죽이는 꿈은 사업의 번영이지만 실패하면 화를 당할 꿈이다.
뱀에게 물려 놀란 꿈은 이직이나 손재 송사의 뜻이고, 뱀을 손으로 잡거나 몸을 휘감은 꿈은 재물이 불어날 꿈이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뱀 꿈으로 어려운 살림살이가 늘어나길 바라고, 뱀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면서 뱀의 지혜와 치유 능력으로 만사 얽힌 일들이 술술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