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가 백운광장과 스트리트 푸드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유명인 그래피티’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관광지 등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인을 활용하다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일으킨 사례가 있는 만큼 안일한 행정으로 부정경쟁행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남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22년 9월 5,000여만원을 들여 봉선동 스트리트 푸드존 일대에 설치된 길이 255m의 철제 방음벽을 투명 방음판(폴리카보네이트)으로 교체했다.

해당 철제 방음벽은 지난 2022년 2월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지하철 2호선 공사를 위해 소음 및 먼지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했다.

그러나 미관상 지저분하고 푸드존 위치가 가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해당 구간만 투명하게 교체됐다.

문제는 최근 청년 방문객 유입과 스트리트 푸드존 홍보를 위해 투명 방음벽에 유명인을 그린 그래피티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영화배우나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을 상품 등의 홍보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다.

남구는 지난 6월부터 투명 방음벽에 1,9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그래피티를 그렸다.

그래피티 종류는 방탄소년단(BTS·7명), 뉴진스(5명), 임영웅, 이강인, 차은우 등 유명인 15명과 남구 관련 레터링(푸른길 브릿지·푸드존·백호 등)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명인의 허락 없이 특징을 살린 그림이 홍보 용도로 사용된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수도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을 살펴보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진 타인의 초상 등 그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월 강원 삼척시는 BTS의 히트곡 ‘버터(Butter)’ 재킷 촬영지로 유명한 맹방해수욕장에 설치했던 ‘BTS 포토존’을 철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조형물과 안내 표지를 구성하는 방탄소년단 상징 서체, 버터 앨범 사진 등이 동의 없이 사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BTS 지식재산권 무단 사용 중지 요청’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 2020년 대법원은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BTS 초상 등을 활용한 ‘스타포커스 스페셜 매거진’을 제작한 것에 대해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동구도 지난 7월 충장로 K-팝 공유카페 첫 번째 행사로 뉴진스 데뷔 2주년 생일 카페를 열 예정이었지만, 소속사 어도어 측에서 ‘지자체 관광 홍보를 위해 가수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달해 취소됐다.

뿐만 아니라 BTS 슈가가 최근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유명인을 활용한 홍보 행위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박애란 변호사는 “유명인의 명성을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는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 부정경쟁행위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며 “그래피티는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누구나 특정 가능해 식별할 수 있지 않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구 관계자는 “유명인을 활용한 홍보사업은 저촉 법률이 많아 사전에 검토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업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취지를 뒀으며, 계약업체와 사전 검토도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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