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등 의정갈등 사태가 불러온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지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조선대학교 캠퍼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대학생이 100여m 거리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의 이송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5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인근 공원 벤치에서 대학생 A씨(19·여)가 쓰러져있다는 환경미화원의 신고가 접수됐다.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현재 심정지 상태에서는 벗어났으나 위독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A씨가 발견된 현장에서 100여m 거리에 있는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 이송을 문의했으나 응급실 측은 ‘다른 응급환자 처치 중이다’며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올해 2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집단 이탈한 후 7명의 교수가 2~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이 이어지면서 응급실 전문의들이 피로 누적과 과부하를 호소하자 조선대병원은 매주 수요일(주 1회) 타과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기로 했다.

4일이 타과 의료진 지원 첫날이었고 이날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2교대) 외과 전문의가 지원에 나선 상태였다.

재이송된 A씨 사례뿐 아니라 광주·전남에서는 올해 전문의 부재로 인해 119구급대가 재이송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8월 20일까지 119 구급대로 환자가 이송됐으나 병원의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는 3,436건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370건(39.8%)으로 가장 많았다. 119구급대 재이송 10건 중 4건은 환자를 치료해줄 전문의가 없어서 발생한 셈이다. 이어 기타가 913건(26.5%)이었으며, 1차 응급처치를 했기 때문이 489건(14.2%), 병상 부족이 476건(13.8%), 환자·보호자 변심이 106건(3%) 등이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 재이송 건수는 139건(광주 42건·전남 97건)이었다.

사유로는 광주는 1차 응급처치를 했기 때문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의 부재와 기타가 각각 8건이었다. 이어 환자·보호자 변심 3건, 병상 부족 2건 순이었다. 전남은 전문의 부재가 33건이었으며, 1차 응급처치 30건, 기타 21건 등이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전날부터 타과 의료진이 나와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소방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당시 다른 응급환자를 처치 중이어서 수용이 불가하다 했다”며 “전남대병원과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전날 밤 농민학생연대활동(농활)에 참여한 다른 과 학생들과 음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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