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닷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대병원 보건의료노조가 사측과 ‘임금 2.5% 인상’ 지급 시기를 놓고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간 교섭 결렬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의료진 번아웃으로 인한 셧다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지부와 병원 측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중재로 제1차 사후 조정을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후 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 하에 다시 실시되는 조정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병원 측이 사후 조정을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수용해 마련됐다. 하지만 사후 조정이 진행되더라도 노사 모두 교섭안에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지부는 임금 2.5%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임금 인상률 2.5％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합의했지만, 인상분 소급 적용 시기를 두고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인상 시기를 올해 3월로 정하고 소급 적용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적용 시기를 이달부터 적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

임금 인상안의 지급 시기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해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은 현장 진료를 유지하고 있으며, 간호사 등 조합원 300여명 이상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측은 비조합원의 근무 조정 등으로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조선대병원지부는 중앙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전국 62개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파업을 진행중이다.

5일째 파업이 지속되면서 조선대병원지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는 이날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도 병원을 지킨 근로자의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전공의 집단행동에도 병원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은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처우 개선이 급선무이며, 고통 분담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병원은 노동자에게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게 했고 무분별한 파견 등이 자행됐지만, 고통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새롬 조선대병원지부장은 “파업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병원 현장을 지켰다”며 “그러나 병원은 희생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없이 기본적인 권리마저 빼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들의 부재로 응급실 과부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4일부터 주 1회 타 진료과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응급실 의료진의 피로 누적 등으로 인해 진료 차질이 우려된 데 따른 조치다.

조선대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공의 없이 전문의 8명이 2~3교대로 당직 근무 중이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응급실 전문의들은 피로 누적과 과부하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매주 수요일 다른 진료과 의사 등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 진료를 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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