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두 음절은 입으로 읊고 귀로 들어도 가슴 깊은 구석을 뜨겁게 한다.

절절하고 애절한 문장. 나의 엄마, 우리 어머니를 주제로 글을 쓴다면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몇 해전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생전 기억을 남기기 위해 ‘엄마’를 주제로 쓴 책 유춘덕 작가의 수필 ‘내 이름은 춘덕이’ 를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엄마를 보러 달려가고 싶어진다.

책은 ‘ 2023 뉴북 프로젝트-협성문화재단이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 선정작으로 재출간 된 책이다.

5일 광주 광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춘덕 작가는 ‘내 이름은 춘덕이’ 재출간 소감에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재단에서 연결해 준 출판사와 맺은 계약 만료가 지난달 25일까지어요. 이후 공모전 당선작이 재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더구나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에서도 미리 계약만료일을 알려줬고, 재출판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덕분에 지금의 출판사인 프롬북스와 계약을 맺고 책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유 작가가새로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책을 내게 된 이유는 더 많은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과거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에서의 책은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온라인으로 한정적이었어요.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서울에 소재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을 때 두시간 도 채 지나지 않아 프롬북스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줘 함께했고, 독자들과 만날 생각에 설렘니다.”

‘내 이름의 춘덕이’ 는 ‘작가의 봄’을 주제로 된 글을 시작으로 ‘엄마의 봄’ 주제의 글로 끝을 맺는다. 총 6장 40여 부제의 글에는 작가의 이름에 대한 일화와 유년시절 서운했던 어머니의 기억의 꼬여버린 감정의 실타래를 이제와서 풀어보는 느린 사유,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는 읽는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도한다.

유 작가는 글을 읽다 보면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하다가도 인물의 말과 행동, 몸짓 등을 실감나게 묘사한 글로 인해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든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과거의 기억을 써 내려가다가도 어머니에게 뒤늦게 들은 그날의 비하인드에 대한 답을 써 내려가며 묵은 오해를 푼다.

유 작가는 ‘엄마’를 주제로 글을 쓰면서 어릴 땐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를 더 많이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사실 어릴 땐 엄마와의 추억이 많이 없어요. 저에게 무심한 것 같은 엄마의 모습에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엄마’라는 주제로 책 한 권 쓴 것 을보고 주변에서는 놀라더라고요. 많은 글을 쓸수 있었던 배경은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었어요. 기억 속 사건과 이야기를 쓰고,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 어머니가 왜 그러한 행동과 말을 했는지 듣기도 하고 또 시간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 깨우치게 된 것도 있고요. 어머니가 말수도 적고 표현을 잘안하시거든요. 뒤늦게에 어머니가 날 많이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유 작가는 이번 책에서 ‘ 엄마가 웃었다’를 주제로 쓴 6장에 많은 애정이 간다고 소개했다.

“6장 제목처럼 엄마가 웃는 순간이 언제였을까 생각하며 글을 썼어요. 힘겹고 각박했던 세상살이에서도 엄마가 행복하게 웃었던 그 일화들을 생각하며 가장 애정을 담았습니다.”

유작가는 독자들이 이번 책이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를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혼자 보려고 출간한 건 아니잖아요. 제 책을 읽는 독자들이 글을 읽고 감동받았다. 부모님을 당장만나러가야겠다는 등의 피드백을 주면 좋더라고요. 이 와같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이제 글을 쓴지 4년 차에 접어든 유 작가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주변에서 작가로 성공할 확률은 1% 리며 불가능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글은 취미로 쓰라면서요. 저는 끝을 보고 싶습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간머리앤’이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쓰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향후 동화장르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글·사진=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