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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 '힐링' 그 순수함에 대하여…

조세핀 시인·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나의 힐링 장소 '광주극장'
눅눅한 장마철 잔잔한 휴식을

2024년 07월 10일(수) 18:49
힐링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다. 누군가 옆에서 "힐링"하고 말하는 것을 듣기만 해도 몸과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단어에도 색이 있다면 힐링이 가지고 있는 색은 연두나 개나리가 아닐까. 연두색이나 개나리 색을 보고 있으면 울퉁불퉁했던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순해지니 말이다. 살면서 아이처럼 순해지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는 것은 힐링을 잘 하며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내게도 그런 개나리나 연두색 같은 순간들이 있다. 장소도 있고, 사물도 있다. 무엇보다 그런 친구가 있다.

오늘은 아침 커피를 내리다말고 그 친구가 생각났다. 연일 내리는 비에 별일이 없는지 카톡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계속 내리는 비에 집이 엉망이 됐다고 한다. 너무 놀라 전화를 했더니 전화기 너머 친구가 호탕하게 웃고 있는게 아닌가. 요즘 아이들 말로 낚이고 말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알콩달콩 살고 있는 친구가 보내온 사진 속에는 나무로 된 테이블 위에 찻잔과 책 몇 권이 놓여 있고, 통창 너머로는 나무와 꽃가지들이 훤히 내다보였다. 충청도 금산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는 친구.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당신이 친구에게는 자연이었는지 자연 속에 푹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힐링인지 생활인지 구분 없이 살고 있는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전원생활이 어떠냐고 물어오면 가끔 다녀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는 광주극장을 다녀왔다. 그곳은 다른 극장처럼 넓은 주차공간도 편의시설도 없다. 노화되어 스산하기까지 하다. 주차공간이라고 해봐야 극장 앞에 두어 대 겨우 주차할 수 있다. 그 마저도 내가 갈 때마다 대부분 비어 있었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만큼 광주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매우 안타깝다. 광주극장은 다른 어느 극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을 갖고 있다. 그 풍경만으로도 영화관람 이상의 힐링을 얻기도 한다. 예약을 미리 하고 가도 되지만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는 이유는 진철하게 맞이해주는 매표소 직원이 있어 그렇다. 직원의 설명을 듣고 로비에 들어서면 작은 테이블에 몇 가지 상품들과 커피가 놓여 있다. 커피를 주문하자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내려준다. 커피 한잔에 천 오백원. 그곳에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입구부터 레트로 감성을 한껏 불러일으킨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도 돌아간 듯하다. 그야말로 복잡한 일상의 수고로움이 일순간 날아가는 힐링 그 자체다.

우리는 모두 힐링이 필요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말이다. 요즘처럼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더욱 그렇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취준생들은 취준생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각자 나름의 힐링이 필요하다. 내가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만의 공간으로 찾아드는 것처럼 각자 나름대로 힐링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 혼자이면서 뭘 또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어떤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혼자 극장을 찾거나 혼자 카페를 찾거나 혼자 조깅을 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내게는 힐링이 되는 아주 소중한 순간들이다.

장마전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열흘 넘게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꿉꿉한 냄새가 올라온다. 점점 지쳐가고 무기력해진다. 비를 한 몸처럼 좋아하는 나도 살짝 곁눈질 할 정도면 너나 할 것 없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잔잔한 휴식이 필요하다. 영화도 좋고 책도 좋고 명상도 좋다. 멍 때리기는 더 좋다. 한나절 정도 머리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다 비우고 아무 생각 하지 않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무념무상. 그 후에 거울을 보면 분명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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