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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 사회참여·자립지원을

무관심·제도 부재 극심한 고립
진일보 정책·복지 확대는 의무
■최선국 전남도의원

2024년 06월 25일(화) 19:17
시각, 청각, 언어까지 세 가지의 복합적 장애를 가졌으나 사회주의 지식인으로서 장애인 인권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헬렌켈러는 자신이 겪어온 삶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며칠간만이라도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축복할 것이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하고 침묵은 소리를 듣는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다.”

시각과 청각, 세상을 보는 두 개의 창문이 동시에 닫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평범하게 누리는 일상을 스스로 영위하기 위해 매 순간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시청각장애인들은 숙련된 통역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힘들다. 그나마 잔존시력이 남아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자신이 볼 수 있는 만큼 가까이에서 수어로 대화하는 ‘근접수어’로 소통하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은 ‘촉수화’를 사용한다. 촉수화란 쉬운 말로 상대방의 수어에 손을 접촉하여 촉각을 통해 손바닥 필담, 점화 등의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들을 온전히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보고 듣는데 불편함을 가진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정책을 통한 체계화된 교육과 지원만이 불편과 차별이 없는 보통의 삶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 차원의 시청각장애인 전문통역사 양성 체계는 물론 촉수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 방법에 대한 교육 지침이 전혀 없어 민간기관에서 교재를 만들어 시청각장애인 통역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전부다.

결국 이는 시청각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의 14.5%가 한 달 동안 한 차례도 외출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시청각장애인의 비율은 32.7%로 전체 장애인(11.6%)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무관심과 제도의 부재가 결국 장애인들의 극심한 고립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시청각장애인은 특히 독립적인 장애 유형으로 분류되지 못해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주요 감각기능인 시각과 청각 기능이 손상되어 단일장애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지만, 시각장애 또는 청각장애로 분류되어 지원받기 때문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

2019년 12월 ‘장애인복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시청각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법률상 명시되긴 했지만 독립적인 장애 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명확한 통계나 현황에 대한 국가기관의 정확한 자료조차 없다. 전남의 경우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주ㆍ부장애로 등록한 인구는 526명(2023년 12월 기준)이다. 그러나 중복장애를 등록하지 않은 인구를 고려했을때 실제 시청각장애인은 천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전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같은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1월 임시회에서 시청각장애인의 사회참여 촉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라남도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라남도가 시청각장애인의 특성과 복지 욕구에 적합한 지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이 조례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장애유형 분류의 세분화와 적절한 복지 대책 마련에 있어 ‘전라남도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 조례안’이 시금석이 되어 진일보한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보편적 행복을 위한 복지의 확대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이자 과제이다. 시청각장애인들이 고립된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나올 수 있도록 건강한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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