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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본고장, 뚝심으로만 지킬 수 있는가 1)

노영필 교육평론가

2024년 06월 10일(월) 21:41
노영필 교육평론가
지난 달 25~26일 대한민국빛고을 기악대제전이 빛고을문화회관 일대에서 열렸다. 초중고대 일반까지 300여명이 기악, 현악, 병창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두고 겨루는 전국대회로 (사)전통문화연구회(이사장 황승옥)가 주관했다. 장소를 전통문화회관(서석재)으로 옮겨 ‘빛고을 전통 음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광주 전통 음악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학술대회가 29일 열렸다.

안성우 한양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용식 전남대교수의 ‘산조의 중심지 광주의 재조명’과 유대용 고려대 교수의 ‘빛고을 산조의 문화컨텐츠’ 발표에 이어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현 광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명예교수와 최진 한국교원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는 ‘재정지원’과 ‘콘텐츠 개발‘을 위해 선택과 집중의 기조로 광주의 산조음악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가 학술적이었음에도 시민들의 거침없는 산조사랑, 전통국악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담은 값진 의견들이 쏟아졌다. 다만 산조의 명창 김창조 선생은 광주출신인가?를 물으며 “산조음악이 광주가 안고 가아야 할 진정한 전통국악 자산이 맞는지? 궁금증을 풀고자 참석했다는 전직 광주시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듣는 중에 ‘옥의 티’였다.

의견은 다양하게 내놓을 수 있다. 더더욱 자연인으로 자신의 관심사가 있다면 발언할 수 있다. 하지만 산조의 본향으로 평가받는 광주에서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현직이 아니어서 자유인 입장에서 내놨을 터지만 참석자들이 거는 기대가 있다 보니 부족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져 파장이 커졌다.

그런 뜻이 아니었을 터다.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수많은 단체와 균형미를 만들려는 시정의 고민을 담았을 것이다. 이 발언과 다른 의견이라 해도 마구잡이식으로 근거 없는 이벤트를 만들자는 반대 의견이 아니라 전통 국악을 사랑하는 진심을 담는 애정이었을 것이다. 핵심을 놓쳤던 균형미를 가졌던 전통예술의 진작에 대한 갈증이 드높은 맥락을 의식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광주 것인지 아닌지 따지는 의견은 산조를 출생론 중심에 가두는 셈이고 그것은 결국 현재 열정을 쏟고 있는 기악대제전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는 원칙론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자체별로 문화부흥을 위해 없는 전통도 명분이 될 만한 구실을 찾으면 축제로, 지자체 행사로 유치하는 전쟁이 치열하다. 심청전, 홍길동전 등 많다. 광주도 그런 분위기로 내몰자는 논지는 아니다. 밖에서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광주가 남도예술을 다 차지하자는 논리는 더더욱 아니다. 현재 광주 대표 전통 예술제로 임방울국악제가 있다. 하지만 전주대사습에는 필적하지 못한다. 후원과 예산 규모에 비해 기념제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산조의 본향으로 국악제는 아직 광주다운 상징적 국악사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문화는 최고 부가가치 산업이다. 문화가 경제력을 만드는 시대다. 영화, 가요, 클래식, 팝, 드라마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한국문화는 K-컬쳐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전통의 가락과 몸짓이 깔려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26일 ‘국악진흥법’을 앞두고 있다. 광주를 예향, 의향, 미향이라고 외쳐왔다.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형 문화예술을 위한 ‘국악진흥법’시행령·시행규칙에 대응하는 광주만의 조레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안목이 있는 선지자는 늘 고난의 길을 걷는다. 가야금과 소리를 아우르는 병창이 꽃피운 광주는 자타가 산조의 본향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광주는 문화 전통의 흐름 속에서 광주 예술 자산을 현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역사성과 지역성, 과거와 미래, 예술성과 경제성을 엮어 전체를 꿰뚫은 통찰이 부재하다. 고려대 유대용교수의 지적처럼 “문화전문성을 넘어 대중예술을 끌어내려는 선택과 집중”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잡화상의 물건전시 형국은 필요하지 않다. 이미 국악을 지키려는 지역별 노력은 전국적인 흐름이 굳어진 지 오래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현재 광주는 예산 나누기 수준에서 시민의 눈치를 보는 행정에 멈춰있다.

광주의 문화예술을 지키는 일은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 노력이 함께 할 때다. 전문가의 노력과 발 빠른 행정 지원과 협력이 맞아떨어져야 날개를 단다. 콘텐츠는 전문가들이, 예산과 인프라는 행정이 뒷받침될 때 아름다운 손뼉으로 탄생할 것이다.

김창조 명창류 산조 음악의 활동 거점이 광주인 점, 개인적인 헌신성을 담아 이끄는 일꾼들이 있는 점, 시가 내세운 문화 정책적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점 등 3박자가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예산 투입과 인프라 구축만 더 한다면 새로운 광주의 문화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광주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시대다. 이미 세계는 한국의 문화예술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산을 세계화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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