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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 라인사태와 신숙주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우리 기업 뺏는 것" 비난 여론
'일본 얼마나 아는지' 반문 필요

2024년 05월 20일(월) 19:06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주사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촉발된 라인사태가 IT업계의 문제를 넘어 정치권은 물론 양국 국민 사이의 뿌리 깊은 감정의 골을 다시 파헤치고 있습니다.

'라인'은 우리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인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로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훨씬 인지도가 높습니다. 라인이 일본에서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재해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은 pc통신은 물론 문자 메시지나 전화 등 기존 커뮤니케이션이 완전히 붕괴되어 가족들의 생사조차 확인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이르렀는데 라인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면서 일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였고 지금은 일본 사회 전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라인사태가 발생한 것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주사 지분 매각과 위탁 업무 종료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행정지도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입장에서는 이제는 단순한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공공재 성격으로 까지 변모한 라인을 한국기업에서 만든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데이터까지 모두 한국에서 관리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정당한지 여부를 떠나 네이버가 예전처럼 라인 사업을 계속하여 운영하는 것은 이미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에 있어서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서 매각을 하는 것이 최선의 상태입니다. 야당에서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외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으며 한 야당의 대표자는 항의의 일환으로 독도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현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부터 시작하여 일본과의 갈등을 피하는 방안을 대일 외교의 주요한 방향으로 설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로 양보를 통한 관계 개선에 대한 응답이 우리나라의 기업을 뺏는 것이냐는 비난의 여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지난 2000년 동안 대립과 화해가 반복되는 관계였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나라가 갖게 되는 숙명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라인사태와 같은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일본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없습니다. 한일관계는 비단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둘러쌓고 있는 중국, 미국과도 관련이 있으며 북한과 대척점에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조선 성종 때 신숙주는 왕명을 받아 9개월 간 일본을 다녀온 후 '해동제국기'를 썼습니다. 그 서문에서 신숙주는 "저들을 대할 때에 선왕의 옛 법식에 따라 진압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나 정세에 각기 경중이 있으므로 왕은 먼저 자신을 닦아 조정과 사방에 미치고 외역에 미치도록 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먼 것을 구하려고 가까운 것을 버려서는 안 되고 국내의 선정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가르침을 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익을 도모함에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적인 견해의 다름을 떠나 한 마음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에 맞서려고 힘을 쓰는 자체가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부디 일본과 화평을 잃지 말라'고 염려하였던 신숙주의 유언은 100년이 지나 현실이 되었고 조선은 임진왜란을 당하였습니다. 무슨 일만 생기면 감정에 치우쳐 친일이니 반일이니 다툴 것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가깝고도 먼 이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알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신숙주가 쓴 해동제국기는 일본에 수신사로 갔던 김기수가 일본인의 집에서 발견하였는데 온통 메모로 뒤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일본인은 후일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조선을 무력으로 위협하였던 사람입니다. 우리가 잊었던 책을 통하여 일본은 조선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의문입니다. 평화를 위해 우리의 내치부터 살펴보아야 한다는 신숙주의 글이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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