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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 왜곡 청산 ‘헌법전문 수록’ 언급 조차 없었다

윤 대통령 5·18 기념식 3년 연속 참석
‘오월 정신’ 강조…실천 의지는 의문
지역사회 반응 냉담 “불신 초래할 것”
아무 의미 없는 ‘맹탕 기념사’ 비판도

2024년 05월 19일(일) 19:0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과 후손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3년 연속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44주년 기념사에 대해 지역사회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대선 후보 시절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오월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했지만, 올해 역시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원론적 선언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법 전문수록은 5·18 진상규명과 함께 반드시 완수해야할 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허울 뿐인 구호가 아닌 실천과 행동으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는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오월, 희망이 꽃피다’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식은 5·18민주유공자·유족, 정부 주요 인사, 학생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오월이 꽃피운 희망을 소중히 가꿔 하나 되는 대한민국으로 이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류동운·박금희 학생 열사들의 사연이 전남대학교 학생 등을 통해 재조명됐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학생 희생자들의 출신학교 후배 학생들이 객석의 유족들을 찾아가 오월 영령을 상징하는 이팝나무 꽃다발을 전하며 위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흰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들과 손을 맞잡고 5·18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여야 의원들 또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이래 3년 연속 참석으로 ‘매년 5·18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던 약속은 지켰으나, 광주시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헌법전문 수록’ 메시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록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낸 ‘오월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내놓긴 했지만, 실천 의지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전문에 오월 정신을 수록하는 것은 5·18 정체성 확립과 역사 왜곡을 청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와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 등은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4주년 기념식을 지켜본 지역 시민들 역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현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을 여러번 언급했는데, 오월 정신을 진정으로 구현하는 일은 헌법전문 수록이다”며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정부차원에서 오월 정신을 구현하는 방안도 추상적인 것 뿐이라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기념사이다”고 비판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그간 5·18 공법 3단체와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했지만,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기념식이 끝나고 윤 대통령을 배웅하는 길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빈말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오월 정신을 꽃피우겠다며 헌법전문 수록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이번 기념사에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5·18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기대를 한 만큼 실망감도 크다. 여·야가 헌법전문 수록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본인이 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 등을 언급한 데 대해 ‘의미 없는 맹탕 기념사’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윤 대통령이 오월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왔는데, 5·18에 대한 메시지는 커녕 후진국에서 나올만한 경제적인 발언에 그쳤다”며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5·18 왜곡과 폄훼를 막고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발언이라도 해야 했다. 맹탕 기념사에 그친 윤 대통령은 본인의 약속이기도 한 헌법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우식 오월지키기범시도민 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년 국정은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전쟁의 위협은 고조되는 등 5·18정신이 바라보는 방향과 정 반대로 운영됐다”며 “기념사에선 원론적인 차원에서라도 헌법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조차 없었고, 이는 수록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5·18의 위대한 업적을 굳건히 하겠다 해놓고, 관련없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언급했다. 이번 기념사는 남의 다리를 긁는 것과 같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다”며 “5·18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것은 헌법전문 수록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윤 대통령이 언제부터 사회적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기념사에 언급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실은 취임 이후 매년 참여한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데, 5·18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의미 없이 헛소리만 반복되는 기념식 참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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