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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vs "과잉"…치안현장 공권력 대응 '고민되네'

광주서 흉기피습에 테이저건 제압
살인미수 용의자 등부위 맞고 숨져
폭행 행인 검거 전 위협용 허공 발포
모호한 규정 탓에 부실 대응 꼬리표
피의자 부상 시 민·형사상 책임도
“실전 같은 현장 대응훈련 강화 필요”

2024년 04월 24일(수) 20:23
테이저건/연합뉴스
최근 광주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도중 발생한 경찰의 물리력 대응이 돋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과잉·소극 진압, 정당한 공권력 사용’이라는 양비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모호한데다 자칫 피의자가 부상을 입게 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 흉악범 제압이 필요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거 과정에서 돌발적인 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 대응 훈련의 실효성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4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광주지역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696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한 건수는 219건으로, 수갑과 분사기 등 물리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테이저건 사용 건수는 매년 10회 수준에 그쳤고, 지난해 실탄을 사용한 적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피의자들의 흉기 난동이 잇따르면서 테이저건을 사용한 사례가 늘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51분께 북구 양산동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 A씨가 30대 아들 B씨를 흉기로 찔렀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미리 흉기를 준비한 A씨는 아파트 계단에 숨어있다가 외출 후 돌아온 30대 딸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딸은 연신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방 안에 있다가 이 소리를 들은 30대 아들 B씨가 거실로 나와 A씨와 대치했다.

A씨의 관심이 아들로 향해 있는 사이 집에서 탈출한 딸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아들 몸 위에 올라타 흉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경찰은 흉기를 버리라고 지시했지만 A씨가 반항하자 등 부위에 테이저건을 발사해 검거했다.

경찰서로 이송된 A씨는 조사를 받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7시 31분께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오후 5시 36분께 50대 남성 C씨가 남구 송하동 한 주택에서 효덕지구대 경찰관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C씨는 40여분 전 남구 송암동 한 도로에서 지나가던 행인과 시비가 붙어 폭행 후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출동 경찰들이 문을 열자마자 흉기를 휘둘렀고, 경찰관 3명이 이마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제압을 위해 공포탄 2발·실탄 2발을 위협용으로 허공에 쐈지만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C씨의 하체를 겨냥해 실탄 1발을 추가 발포했지만 적중하지 못했고, 또 다른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쏴 C씨를 검거했다.

이처럼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한 사건들의 경우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등 특수한 경우였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평소 테이저건과 실탄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흉기를 든 피의자와 대치하는 상황 속 규정에 따른 단계별 물리력 사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방법은 관련 규칙에 따라 범죄 종류, 피해 경중, 대상자가 소지한 무기 종류 등 5단계로 분류된다.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 행위의 위해성을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으로 분류했다.

이중 피의자가 경찰에 주먹과 발 등 폭력적 공격은 테이저건을, 흉기나 둔기 등 치명적 공격은 실탄을 발포할 수 있다.

이때 경찰은 범죄와 피해의 경중, 무기 종류 등을 파악해 객관적으로 가장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며, 대상자의 신체와 건강상태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규정에 따라 물리력을 사용해 면책 심사를 통과했더라도, 범인을 제압하다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했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총기 사용에 대한 정당방위를 적극 인정하고, 대응 훈련을 실전처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김정규 교수는 “물리력 행사 규정은 피의자를 진압하는데 효율적일 수 없고 현장에 투입한 경찰 재량에 맡겨야 한다”며 “피의자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해서 제압했는데 결국 흉기가 아니었다고 과잉진압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선 급박한 상황 속 38구경 권총과 테이저건을 제압 용도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훈련이 강화돼야 한다”며 “실제와 같은 현장에서 테이저건 사격 연습이 활성화 돼야 하고, 반동과 살상력을 줄인 저위험 권총이 보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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