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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 '바꿔! 바꿔! 또 바꿔!'의 악순환 극복하려면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 미래연구원장
영향력 스스로 좁히는 '또 바꿔'
이념 아닌 실용적 주제 관심을

2024년 04월 24일(수) 19:29
2024년 4월 총선이 끝났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예상했던 대로 민주당이 모든 지역구를 차지했다. 또 예상대로 현역 의원이 대부분 탈락했다. 광주를 예로 들면 8개 선거구 중 7개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이 탈락하고 새로운 초선이 등장했다. 광주 시민들은 지난 4년 내내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이라 중앙 정치에서 발언권이 약하고 제 역할을 못 한다고 비판했는데 그 초선들마저 탈락시키고 다시 초선으로 대체했다.

이런 바꿔 열풍은 이번 만이 아니었다. 8년 전에는 국민의당 바람이 불면서 8개 의석 전부가 국민의당 사람들로 채워졌다. 옥석을 가리지 않았다. 4년 전에는 탈 국민의당 바람이 불면서 8석 전부가 민주당 사람으로 채워졌다. 이때도 옥석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또 '바꿔! 바꿔!'를 외쳤다. 이번에도 옥석을 가리지 않았다.

국회는 다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치 구도이다. 정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상임위원장도 대부분 3선 이상 의원 중에서 선출된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정부에서 호남 출신이 정부 요직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그럼 국회를 통해서라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데 광주는 그런 기회마저 포기했다. 시민들 스스로가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 운운한다.

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재선 시장으로 선임된 사람은 박광태 시장 한 사람뿐이었다. 직전 시장이었던 이용섭 시장은 직무적합도 평가에서 4년 내내 7개 광역시장 중 1위를 차지했다. 광주 시민이 그렇게 평가했다. 그러고 나서 선거 때는 그를 버렸다. 국회의원 선거만이 아니라 시장 선거 때도 '바꿔! 바꿔! 또 바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선거 풍토에서는 인물이 클 수가 없다. 광주는 호남 정치의 중심지이고 호남은 민주 진영의 중심지임에도 광주 지역 정치인 중 큰 인물이 나오지 않는 데는 이런 선거 풍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역발전이 더딘 것도 이런 선거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 광주 시민들은 왜 인물 키우기를 포기하고 선거 때마다 '바꿔! 바꿔!'를 외치는 것일까?

호남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권자의 선택폭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특수한 풍토에서 민주당 경선마저 권리당원 등 민주당 당원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게다가 민주당 경선은 중앙당 지도부와의 친소 관계가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너무 제한적이다.

경쟁이 부재한 곳에서는 설령 1급 정치인을 선출해도 4년 후 그는 이류 정치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설령 좀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도 4년 후 그는 더 성장한 정치인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경쟁은 정치인을 부단히 자기 연마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광주는 정치 과잉의 도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나는 그 칼럼에서 광주 시민들이 옥석을 가리지 않고 민주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 권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권력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모든 판단 기준을 거기에 맞추며, 매사를 중앙 정치의 시각에서 판단하다 보니 국회의원과 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 결과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인물 개개인에 대한 평가와 옥석 가리기 대신 당 혹은 민주 진영 내 유력 대권 후보와의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투표를 한다. 심지어 중앙 정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지방의원 선거까지도 그렇게 한다. 시의회 의원 23명 중 22명이 민주당 출신이어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민주 도시 광주에 '민주주의의 두 얼굴'이 존재하고 있다.

대통령 권력이 호남 문제의 모순을 모두 해결해 주지 않는다. 또 정권은 여야 사이에 왔다 갔다 한다. 광주도 이제 대통령 선거에서 신기루를 찾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과보호 현상도 종료돼야 한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면 민주당 공천 과정에 일반 시민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게 해야 한다. 중앙 정치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 정치가 아닌 일상적 삶에 관한 문제들,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주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광주와 호남 정치가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래야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바꿔! 바꿔! 또 바꿔!'의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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